[책]외국인보호소를 통해 본 이방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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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터키 휴양지 보드람 해변에 세 살배기 아이 시신 하나가 쓸려 왔다.
고요한 해변에 덩그러니 놓인 아이의 사진 한 장이 세상에 공개되자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은 다문화 국가(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율 5% 이상) 편입을 목전에 뒀지만 난민 인정률은 1% 수준에 불과하다.
그가 처음 배운 한국어는 "살려주세요"(51쪽). 한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지내온 삶이 녹록지 않았음을 짐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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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204쪽|문학동네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2015년 9월 터키 휴양지 보드람 해변에 세 살배기 아이 시신 하나가 쓸려 왔다. 고요한 해변에 덩그러니 놓인 아이의 사진 한 장이 세상에 공개되자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아이의 이름은 아일란 쿠르디. 시리아 내전을 피해 가족들과 유럽행 고무보트에 몸을 실었다가 풍랑을 만나 바다에 빠져 숨진 것이었다. 사진이 공개된 직후 유럽 각국이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적 배경이었다.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에 이어 2021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입국을 겪은 우리나라도 난민 수용 문제는 더이상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올해는 국내 난민법 시행일(2013)로부터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난민에 대한 포용력과 이해의 깊이가 넓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은 다문화 국가(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율 5% 이상) 편입을 목전에 뒀지만 난민 인정률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소설은 ‘우리가 알지 못했고, 알려 하지도 않았던’(조해진 소설가 추천의 말) 외국인보호소라는 공간을 다룬다. 15년 동안 일하던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권유받고 그렇게 전업주부가 된 화자인 ‘나’가 정기적으로 외국인보호소를 찾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본국 송환 전까지 머무르는 ‘그곳’에서 만난 여러 인물의 사연을 일종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곡진하게 펼쳐낸다. 작가는 실제 보호소를 방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형편없는 보호소의 환경과 수용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등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나’가 처음 만나는 인물은 ‘파란’이다. 고향 땅인 나이지리아에서 종교분쟁으로 부모를 여의고 한국으로 도피해온 인물이다. 그가 처음 배운 한국어는 “살려주세요”(51쪽). 한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지내온 삶이 녹록지 않았음을 짐작게 한다.
책은 ‘여기’ 사람이 있음을 증언하는 기록이자, 우리 역시 언제라도 이방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권리를 가질, 당연한 권리가 사라진 보호 외국인의 현실을 기록하는 자체로 울림이 큰 작품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보호소를 처음 방문했던 날 나는 줄곧 일직선으로 달리는 열차 안에 있었구나 생각을 했다. 나와 같은 인종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같은 언어로 말하고 같은 꿈을 꾸고 있음을 확인하고 확인받으면서 (중략)”, “방문이 계속되면서 내가 탄 열차가 실은 곧게 뻗은 레일이 아니라 휘어진 곡선의 레일을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이방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회로 변화하는 우회로를 달리고 있는 거라고.”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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