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와그작’ 씹는 습관, 턱관절 장애 부른다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장 2023. 4. 1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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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 매일 아침 카페를 찾아 모닝커피를 주문하는 나 부장(52). ‘사이즈 업에 얼음 가득’을 요청하곤 묵직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든 채 사무실로 간다. 출근 후 몰려오는 졸음을 이겨내고자 한 모금씩 마시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비우는 커피. 이어 여느 때와 같이 남겨진 얼음들을 ‘와그작’ 깨 먹으며 심심한 입을 달랜다. 하지만 이 같은 나 부장의 모닝 루틴이 턱관절에 부담이 된 것일까. 얼음을 꽉 깨무는 순간 턱에서 ‘뚝’ 소리가 나며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자 괜찮아지는 듯했지만 점심 식사를 위해 음식을 씹는 과정에서도 ‘딱딱’ 소리가 이어졌다. 다음날까지도 증상이 지속돼 가까운 한방병원을 찾은 나 부장은 ‘턱관절 장애’ 진단을 받는다. 그는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 즉시 치료를 결정하고 나쁜 습관도 개선하기로 한다.》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장
훈훈한 봄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나 부장과 같이 시원한 얼음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딱딱한 얼음이나 간식 등을 즐기는 습관은 턱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턱관절 장애의 경우 50∼60대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0만8444명이었던 50대 이상 턱관절 장애 환자 수는 지난해 13만8414명으로 약 27.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관리에 철저한 ‘꽃중년’이라면 턱관절 건강에도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턱관절 장애란 턱을 둘러싼 근육과 뼈, 관절의 배열이 틀어지거나 손상을 입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자주 턱을 괴거나 딱딱한 음식을 먹는 등 바르지 못한 생활 습관이나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입을 벌릴 때 턱에서 ‘딱딱’ 소리가 나거나 입을 크게 벌리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아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할 경우 목과 어깨로 통증이 퍼지거나 안면 비대칭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턱관절 장애의 경우 증상을 최초로 자각한 지 얼마 만에 치료를 시작했느냐에 따라 치료 기간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에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턱관절 장애 치료는 기능 장애를 완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재발하지 않도록 근육과 뼈를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효과적인 한방 비수술 치료법 중 하나로 추나요법이 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틀어진 관절과 근육, 인대 등을 밀고 당기며 교정하는 수기 요법이다. 통증의 구조적인 원인을 바로잡아 증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며 턱관절 운동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목뼈(경추)의 균형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추나요법의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건강 및 의학 대안치료(Alternative Therapies inHealth and Medicin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추나요법이 턱관절의 기능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추나요법을 받은 턱관절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기능 장애 수준을 연구한 논문 총 12편을 분석했다. 관절의 운동 정도, 입을 벌릴 수 있는 개구량, 저작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추나요법을 받은 환자군이 물리치료, 초음파 치료 등 의과 통상 치료를 받은 환자군보다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평소 턱관절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턱에 부담을 주는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음과 같은 크고 딱딱한 음식 외에도 손톱 물어뜯기와 같은 사소한 습관도 턱관절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턱관절 운동의 중심인 목 건강 관리도 필요하다. 평소 머리 위치를 어깨선과 일치시키는 등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 일상 속 사소한 습관 때문에 생각지 못했던 질환을 겪게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그만큼 평소 습관이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만약 건강에 이롭지 않은 루틴을 갖고 있다면 오늘부터 조금씩 점검해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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