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 ‘젭젤카’ 출시… “항암제 시장 선도”

태현지 기자 2023. 4. 1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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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크기 작고 전신에 퍼지는 폐암
새로운 치료 요법 등장에 기대감 높아
객관적 반응률 최대 60%까지 나타나
보령의 항암제 생산 라인. 보령은 암종별 포트폴리오 확장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신규 출시 품목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집중해나갈 방침이다. 보령 제공
이달 1일 보령은 ‘1차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실패한 전이성 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보유하고 있는 항암 신약 ‘젭젤카(성분명 러비넥테딘)’를 출시했다. 여기서 소세포폐암이란 현미경으로 암세포를 관찰했을 때 세포의 크기가 작은 폐암을 의미한다.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 환자의 15%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매년 폐암 환자 발생 수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소세포폐암 환자 역시 그 수가 확대되고 있다고 추정된다.

암의 성장 속도가 빠르며 전신으로 퍼져가는 특징이 있는 소세포폐암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술 대신 항암화학요법 및 방사선요법을 사용해 치료한다. 1차 치료는 항암 효과를 지닌 성분인 백금(Platinum)을 기반으로 한 ‘시스플라틴’ 혹은 ‘카보플라틴’에 ‘에토포시드’나 ‘아테졸리주맙’을 병용하는 요법을 주로 사용한다.

다만 소세포폐암 환자 가운데 1차 치료만으로 완치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암 초기에도 평균 생존율이 2년 미만이며 중기로 넘어가서는 1년 이상을 넘기기 어렵다. 1차 치료에서 실패하는 경우 치료를 완료해도 질병이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환자가 2차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그 때문에 적절한 치료제의 사용이 항암 과정에서 필수적이다.

문제는 기존 2차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 대부분이 치료 효과가 10% 중반 수준밖에 미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또한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약품이 10∼20년간 사용됐을 정도로 사용 가능한 옵션이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처방의와 환자 사이에서 새로운 치료 요법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효과 우수한 소세포폐암 신약 ‘젭젤카’ 독점 유통

이러한 상황에서 젭젤카의 출시는 그간 충족되지 못했던 수요에 부응하는 데 의의가 있다. 스페인 제약사 파마마(PharmaMar S.A.)에서 개발한 항암 신약 젭젤카는 2020년 FDA 승인 이후 미국에서 2차 환자군 처방률이 40%를 넘어설 정도로 표준 요법으로 자리 잡은 약제다. 1차 평가 변수인 객관적 반응률(ORR)이 35%를 넘어서 10%대 타 약제 대비 뛰어난 효과를 지녔다. 1차 치료 후 6개월이 지난 후 늦게 재발한 환자만 별도로 분석한 경우에는 객관적 반응률은 60% 이상까지 나타났다. 여기서 객관적 반응률이란 사전에 정의된 최소한의 기간 동안 정해놓은 양 이상의 종양 감소를 한 환자의 비율을 뜻하는데 항암제 치료 효과의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또한 간접 비교이기는 하나 항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혈소판 감소증, 호중구 감소증, 빈혈과 같은 혈액학적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도 기존 2차 치료제 대비 더 적었다. 이와 함께 약물의 영구적 사용 중단을 해야 하는 치료 관련 이상 반응 역시 1.9%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보였다. 이처럼 젭젤카는 치료 효과는 물론 안전성 측면에서 기존 약제와 비교했을 때 강점을 지니고 있다.

젭젤카의 판매 및 유통 독점 권한을 보유하고 있는 보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내 환자 대상 안전성 입증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실사용 데이터에 기반한 4차 임상 시험은 물론 모든 투약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 등을 통해 처방의와 환자들이 안심하고 약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재 다국적 제약사 등에서 젭젤카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1차 치료 적용 3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젭젤카의 1차 치료 적응증 확장 역시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소세포폐암과 같이 환자 수가 적고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질환의 경우 검증된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신약에 대한 보험 급여 적용이 소극적인 상황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환자들의 생존 가능성을 제고하고 치료에 대한 접근성 확대를 위해 보험 급여 확대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실정이다.

보령의 항암 부문을 총괄하는 김영석 온코(Onco) 부문장은 “백금계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한 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2차 치료제 선택폭은 이전까지 한정적이었다”라며 “젭젤카는 소세포폐암 치료의 새로운 선택지로서 처방의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약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암제 점유율 1위 항암 포트폴리오 확대

보령 본사 전경. 보령 제공
국내 제약사 중 항암제 시장점유율 1위인 보령은 젭젤카 신규 출시 및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력함에 따라 항암 포트폴리오를 다시 한번 확장하면서 국내 항암제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져나갈 예정이다. 보령의 2022년 항암제 관련 매출은 16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61%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러한 실적은 바이오시밀러, 합성 의약품에서부터 항암 보조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항암 관련 품목을 구축함과 동시에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 등을 통해 꾸준하게 글로벌 항암제를 도입하면서 관련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서 비롯했다.

먼저 바이오시밀러 부문에서는 2021년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독점 판권 계약을 통해 ‘삼페넷(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온베브지(성분명 베바시주맙)’를 도입했다. 보령은 이를 기점으로 자사 첫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며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기존 합성 의약품 위주의 항암제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또한 보령은 지난해 초 다국적 제약사 한국쿄와기린과 항암 부작용 중 하나인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그라신(성분명 필그라스팀)’과 ‘뉴라스타(성분명 페그필그라스팀)’의 공동 판매를 시작했다. 각각 1세대, 2세대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인 그라신과 뉴라스타는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처방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오리지널 대형 품목이다.

보령은 LBA를 통해 시장 선도 품목들을 자산화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LBA란 특허 만료 후에도 높은 브랜드 충성도에 기반해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 인수 전략을 뜻한다. 보령은 일라이 릴리로부터 2020년 항암제 ‘젬자(성분명 젬시타빈)’에 이어 지난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림타(성분명 페메트렉시드)’의 국내 판권 및 허가권 등 모든 권리를 인수했다.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이자 최초의 유지 요법 치료제인 알림타는 최근 알림타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병용 요법이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주요한 1차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으면서 올해 처방 시장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부터는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의 파클리탁셀 성분 오리지널 항암제인 ‘탁솔’을 독점 판매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BMS와 탁솔 공동 판매를 진행하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해왔던 보령은 이번 재계약을 통해 파클리탁셀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시장점유율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처럼 보령은 꾸준하게 암종별 포트폴리오 확장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신규 출시 품목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집중해나갈 방침이다. 장두현 보령 대표는 “보령은 신약 도입, LBA는 물론 자체 연구·개발 등을 통해 항암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라며 “확장된 포트폴리오와 탄탄한 국내 영업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항암제 시장을 선도하는 제약사로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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