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엔 고기압 서쪽엔 저기압… 빨대같은 ‘바람 통로’ 생겨 강풍
11일 제주도 전역에 강한 바람이 불면서 오후 2시 기준 제주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항공편 7편이 결항하고 80편이 지연됐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강원도 양양 등 다른 국내 공항에도 강한 바람이 불면서 결항과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전남 서해안에는 순간 초속 26m 강풍이 불었다. 이날 군산 앞바다에 묶여 있던 758t 선박이 강풍으로 표류하다 동백대교와 충돌할 뻔했다.
이날 전국은 돌풍과 황사비 등 변화무쌍한 날씨로 몸살을 앓았다. 봄(3~5월)은 우리나라 사계 중 날씨 변동성이 가장 큰 계절이다. 특히 기압계 이동이 활발해 유난히 날씨가 변덕스럽다.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 한랭 건조한 ‘시베리아 저기압’의 영향권에 오래 놓여 있어 비교적 날씨 예측이 쉬운 여름·겨울철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날 한반도에 태풍급 강풍이 분 건 우리나라 동쪽으로 고기압, 서쪽으로 저기압이 각각 자리하고, 이들 기압계 간 거리가 좁아 바람이 통과하면서 풍속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굵은 빨대와 좁은 빨대에 똑같이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을 때 좁은 빨대에서 나가는 바람이 더 강한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바람은 고온 다습한 남풍이었다. 보통은 바람 세기가 강하지 않을 텐데, 기압계 사이가 좁은 ‘기압 경도’ 현상이 발생하며 풍속이 빨라진 것이다. 한반도 서쪽에 있던 저기압은 비구름을 몰고 밤까지 서서히 동쪽으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전국에 비가 확대됐다가 밤 사이 비구름이 일본 쪽으로 빠져나가며 비도 그친 것이다.
12일 한반도는 전날과 다른 기압계 상황에 놓이게 된다. 동쪽으론 전날 비를 뿌린 저기압, 서쪽으론 새로운 고기압이 자리한다. 이렇게 두 기압계 사이에 또 ‘바람의 통로’가 생기는데, 이번에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우리나라를 통과한다. 찬 공기는 무겁기 때문에 우리나라 쪽으로 내려올 때 가속도가 붙는다. “언덕길을 내려갈 때 속도를 높이지 않아도 가속이 붙는 것처럼 공기에도 가속이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봄철에는 이렇게 우리나라로 고기압과 저기압이 계속 지나간다. 저기압이 지날 땐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리기도 하며, 고기압이 지날 땐 바람이 잔잔하고 날이 맑아 기온을 회복하게 된다. 여기에 중국발 황사까지 영향을 미치다 보니 벚꽃과 황사, 신록과 꽃샘추위가 뒤엉킨 날씨가 찾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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