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의달 LIVE] “尹, 더 겸손하면 위기가 전화위복 될 것”
“윤석열 대통령은 진지한 학생이었다. 대학원 지도교수였던 나는 그가 석사학위 논문을 대충 쓸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집단소송의 대표성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택해 ‘대표 요건’에 집중해 법리적, 경제학적 측면에서 아주 좋은 논문을 썼다.”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형사재판소(ICC) 초대 재판관과 재판소장을 지낸 송상현(81)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1980년대 초반 대학을 다닌 윤 대통령의 지도교수이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서울대 법대생들과 달리, 윤 대통령은 학부 시절 인문사회 분야를 열심히 파고들어 소양이 탄탄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책들을 읽은 뒤 정리해 머리에 넣는 재주가 비상했다. 학부 시절 연구실에 찾아와 수강과목 등도 상의했다. 윤 대통령이 구수(九修)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은 관심사가 다양하고 보스 기질이 있어 동료와 후배들을 챙기느라 그랬다.”
스승은 제자에게 칭찬과 함께 조언을 했다. 송 교수는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보궐 선거 패배 등에 대해 “위기라면 위기인데, 오히려 자만하고 방만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돼 잘된 측면도 있다. ‘쓴 약’으로 받아들이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윤 대통령이 더욱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표 떨어질 언행을 조심하고 심기일전해 노력한다면, 현명한 우리 국민이 너무 모질게 하진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 감성을 헤아리며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의 가치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철저하게 신봉하는 윤 대통령은 방향을 잘 잡고 있다. 그는 최고의 학교 교육에다 대학 교편을 잡은 부모님 가정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았다.”
검사와 서울대 출신 등으로 정부의 인재 풀이 너무 좁다는 지적과 관련, 송 교수는 “대한민국 건국 80여 년 만에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일 없는 능력주의를 시도하고 있다. 4년 후 ‘이만큼 해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윤 대통령과 당정이 더 분발해야 한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해방 후 한민당 수석총무를 지낸 고하(古下) 송진우 선생의 손자인 그는 총리·장관·청와대 수석 등 10여 차례 관직 제의를 사양했다. 서울대 교수로 35년간 재직한 뒤 정년퇴임했고 50년 넘게 소리 소문 없이 선행(善行)을 실천하고 있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1971년, ‘당신 같은 사람이 힘든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한 주민의 권고를 듣고 결심했다. 주말마다 서울 돈암동 산동네 노인들을 찾아 목욕과 이발을 도와드리고 병원 등에도 모셨다. 학교와 가족에게 얘기 않고 신분도 숨겼지만 3년쯤 후 소문이 나 ‘국회의원 되려 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많은 걸 깨달았다.”
그는 “그때부터 만 18세가 돼 보육원에서 강제 퇴소되는 청소년 고아들과 월남 참전 한국인과 베트남 여성 사이에서 난 라이따이한, 백혈병 소아암 환자들을 도왔다”고 했다. 무보수 명예직인 한국백혈병 어린이재단 이사장과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회장도 10년, 9년씩 맡았다.
“소아암 환우와 가족들의 ‘쉼터’ 건물을 전국 10여 개 대학병원 앞에 확보한 게 보람이다. 유니세프와 백혈병재단 등에 수억원 정도는 낸 것 같다. 돈은 물[水]이라 생각한다.
송 교수는 “겸손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 해당 분야 또는 쟁점에서 세계 최고가 되며, 주위에 온정의 손길을 뻗는다는 세 가지 원칙으로 살고 있다”며 “남을 도울 때는 쓰고 남은 돈을 한두 푼 던져준다는 자세로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앞뒤가 절벽처럼 꽉 막혔을 때마다 살길이 열린 국운(國運)이 있는 나라지만, 지금 급격한 인구 감소가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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