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문화재 종합병원
아프면 병원을 찾는다. 유물도 마찬가지다. 손상되거나 시간이 지나 낡으면 보존과학실에 ‘입원’해 조치를 받는다. 국립박물관 수장고에는 매년 새로운 유물이 들어와 응급처리와 복원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국외에 나가 있는 우리 문화재 22만여 점 가운데 치료받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유물도 부지기수다. 박물관 보존과학실은 유물의 응급처치와 보존 처리뿐 아니라 첨단 장비를 이용해 맨눈으로 보이지 않은 유물의 내부와 제작 기법까지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어 마치 문화재 종합병원과 같은 곳이다.
3년 전 국립중앙박물관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특별전은 보존과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참신한 기획전이었다. 우리나라 박물관 보존 연구의 축적된 기량과 첨단 과학 장비로 문화재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 사람들의 흥미를 돋웠다. 적외선과 자외선, 가시광선, 엑스선, 컴퓨터 단층촬영(CT)처럼 빛을 활용하여 찾아낸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적외선 촬영을 통해 정곤수 초상화로 알려진 그림은 흥미롭게도 원래 청나라의 초상화 위에 덧칠해 조선시대 인물을 그린 것임을 알게 됐다.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문화유산과학센터’가 2025년 문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문중과 개인 소유의 문화재들도 최첨단 장비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국외에 흩어진 우리 문화재들이 우리 보존과학자의 손으로 지금보다 더 많이 복원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금 26국 83개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 문화재 중에 위급한 문화재들을 보존 처리해 공개한 뒤 다시 돌려주고 있지만, 지금 인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센터가 활성화되면 그동안 깜깜한 곳에 꼭꼭 숨겨져 있던 유물이 ‘짠’ 하고 나타나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수도 있다. 또 유물에 대한 진위 검증, 보존 처리 인재의 양성과 컨트롤타워 역할도 기대된다.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병을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박물관 소장품도 과학적으로 상태를 점검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소망한다. 더 많은 문화재가 재활에 성공해 당당히 저마다의 찬란한 빛을 발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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