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악몽 ‘火風’… 이번엔 강릉 덮쳤다
11일 오전 강원 강릉시 난곡동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이 ‘태풍급’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경포호와 해안가까지 번져 막대한 피해를 낳았다. 2005년 4월 양양 낙산사를 태운 동해안 화재의 악몽이 재현됐다.
이날 한때 초속 30m 강풍(순간 최대 풍속)이 불면서 불은 1시간 40여 분 만에 난곡동과 저동, 안현동 등 3개 동을 휩쓸고 지나가 사근진 해변까지 확산됐다. 다행히 오후 3시 18분쯤부터 오락가락했던 ‘단비’가 화마(火魔)의 기세를 누그러뜨렸고 바람도 잦아들면서 8시간 만인 오후 4시 30분쯤 큰 불길이 잡혔다.
그러나 이번 산불은 그때까지 축구장 541개 면적에 해당하는 임야 등 379ha를 태웠다. 또 주택 59채와 펜션 34동, 소규모 호텔 3동 등 100여 채가 불탔다. 강릉시 안현동 한 주택에서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 전모(88)씨가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인명 피해도 있었다. 주민 1명, 소방대원 2명 등 3명이 화상을 입었고, 12명이 연기에 질식했다.
소방 당국과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불은 오전 8시 30분쯤 강릉 난곡동의 골프장 인근 야산에서 시작됐다. 소방서 관계자는 “초속 29m 강풍에 소나무가 부러지면서 전깃줄을 건드려 고압 전선이 끊어졌고, 그때 튄 불꽃이 낙엽에 옮아붙어 산불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강풍으로 불이 순식간에 번지자 강릉시 주민, 펜션과 호텔 투숙객 등 550여 명이 인근 주민센터와 빙상 경기장인 강릉 아이스아레나 등으로 대피했다. 경포초등학교와 사천중학교 등 강릉·속초 지역 15개 학교가 휴업 또는 단축 수업을 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문화재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불길이 보물인 ‘경포대’, 국가 민속문화재인 ‘선교장’ 등 강원 지역 문화재의 코앞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당국은 경포대 현판 7개를 다른 곳으로 미리 옮기고, 선교장에 물을 뿌리는 등의 대비를 했다. 다만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방해정’은 일부가 소실됐다.
이날 화재 현장에는 장비 391대와 인력 2360여 명이 투입됐다. 헬기 12대도 대기했지만, 오전 내내 강풍으로 이륙을 못 하다가 오후 바람이 잦아들면서 4대가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강릉 산불과 관련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장비와 인력을 신속히 투입해 조기 진화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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