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면 ‘행복 호르몬’ 나와… 체육 활동이 학폭도 줄인다”

김연주 기자 2023. 4.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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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티 하버드 의대교수·이주호 사회부총리 ‘학폭 해법’ 대담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존 레이티(왼쪽) 미 하버드 의대 교수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폭 해법’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레이티 교수는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자신을 과시하려는 욕구를 운동을 통해 순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운호 기자

“아이들은 자기 힘이 세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남을 괴롭힙니다. 운동을 하면 통제력도 갖게 되고 자기 힘을 느낄 수 있으니 폭력을 쓸 필요가 없죠. 운동이 꼭 스포츠일 필요는 없어요. K팝 댄스도 좋은 방법입니다.”

‘운동 강조하는 정신과 의사’로 유명한 존 레이티(Ratey)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가 11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났다. 두 사람은 코로나 기간 심각해진 학생들의 학교 폭력과 사회성 발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운동이 어떤 효과가 있는 지에 대해 대담했다. 두 사람은 2012년 이 부총리가 처음 교육부 장관을 할 때 만난 후 11년 만에 재회했다. 당시 이 장관은 레이티 교수의 조언을 듣고 학교 스포츠클럽 시간을 매주 2시간에서 4시간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주호 부총리(이하 이)=코로나 이후 운동의 중요성이 더 커진 것 같다. 두 번째 장관 임기 동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 혁신을 하면서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부분을 키우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존 레이티 교수(이하 레이티)=지금 우리는 성적을 높이려고 지식을 배우는 것만 강조하지만, 미래에 필요한 건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다. 일반 지식들은 ‘챗GPT’에서 다 얻을 수 있지 않나. 또 앞으로 ‘인간적 방식으로 교류하는 것’이 진짜 중요해질 것이다. 아이들은 운동을 하면서 같이 부딪치고 교류할 수 있다. 운동을 하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게 한국 교육의 미래가 될 것이다.

이=한국에서 학생들을 중심으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레이티=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은 ADHD 진단받는 사람이 워낙 많아 약을 구하기 힘들 지경이다. 5~7세 유아들도 많이 진단을 받는데, 코로나 동안 집에만 갇혀 있고 대인 관계가 없었던 영향이 크다. 아이들의 사회 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

이=오랫동안 운동의 효과를 연구하셨다. 운동이 사회성 발달을 돕고, 불안감을 낮춘다고 했는데.

레이티= 운동을 하면 뇌에서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같은 좋은 물질들이 많이 나오고, 이런 물질들이 불안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정신과 약을 안 먹어도 운동을 하면 이런 물질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리고 이런 호르몬들은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라 불리는 학생들을 통제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운동이 학교 폭력을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나.

레이티=운동할 때 나오는 호르몬들은 인간의 뇌가 조절 능력을 갖게 한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을 보면 통제력을 잃은 경우가 많은데, 운동을 하면 그런 부분을 고칠 수 있다. 아이들은 누구를 때리는 것 말고는 자기가 강하다는 걸 보여줄 방법이 없어서 그럴 때가 있다. 운동을 하면 스스로 강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다른 친구를 괴롭혀서 자기 힘을 과시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 미국에선 여학생들이 ‘틱톡’ 등 앱을 통해 또래를 괴롭히는 문제도 심각하다. 운동을 하면 아이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외로움·고립감도 줄일 수 있다.

이=학교에서 운동 시간을 늘리는 구체적 방법이 있을까.

레이티=제일 좋은 건 하루를 ‘그룹 활동’으로 시작하는 거다. 그게 꼭 스포츠일 필요는 없다. 예컨대 학급 전체가 다 같이 6~7분씩 춤을 추는 거다. K팝 댄스를 같이하는 것도 좋다. K팝 댄스는 복잡한 운동인 동시에 재미도 있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게 한다.

이=나도 학교 폭력 대책 중 하나로 스포츠뿐 아니라 ‘춤’ 같은 예술 활동도 강화하려고 한다. 춤은 과학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나.

레이티=춤을 추면 뇌 활동이 촉진되어서 옥시토신 같은 물질이 많이 나온다. 옥시토신은 유대감과 사랑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그뿐만 아니라 춤을 추면 근육 운동도 되고 기분도 좋아진다. 많은 나라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댄스를 시키는 이유다.

이=최근 교육부가 학교 체육 활성화 대책 중 하나로 운동이 소극적인 학생들도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쉬운 스포츠들을 개발했고, 학생들이 그런 스포츠 동아리를 할 수 있도록 25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레이티=좋은 방법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 고등학교는 성적도 전국 최고 수준이고 운동을 많이 시켜 학생들의 신체적 균형도 뛰어난 학교다. 여기서도 그런 ‘미니 스포츠’를 했다. 배구를 6대6이 아니라 3대3으로 하는 거다. 작은 팀으로 나눠 하면 소외되는 애들 없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아이들끼리 경쟁하는 게 아니라 같은 목표를 갖고 움직이도록 하는 거다.

이=학생들은 하루에 어느 정도 운동을 해야 하나.

레이티=나이에 따라 다르다. 대학생 이상 성인은 일주일에 150분 정도 운동하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은 그것보다 더해야 한다. 특히 유아들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되고 많이 뛰어다니면서 놀아야 된다.

이=20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주택가 골목에서 엄청 뛰어놀았는데, 지금은 그런 문화는 다 사라지고 아이들이 학원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 서너 살짜리 유아들도 학원에서 공부한다. 이런 게 많이 걱정된다.

레이티=10년 전에도 당신이 그 걱정을 한 게 기억난다. 한국은 핀란드랑 정말 다른 것 같다. 핀란드도 한국만큼 학력이 뛰어나지만, 거기엔 학원이 없고, 학교에서 운동을 많이 시킨다. 1시간 수업이면 45분간 공부하고 15분은 운동하거나 놀게 한다. 몸을 움직인 다음에 다시 돌아와서 공부하는 거다. 그런데도 항상 학력이 전 세계 ‘톱 5′에 들어간다. 운동을 하면 뇌가 활성화해서 더 공부를 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현재 교육부가 중점 추진하는 정책 중 ‘늘봄 학교’가 있다. 많은 초등생들이 방과 후에 돌봄 등을 이유로 학원을 간다. 학원 가는 대신 학교에 머물면서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늘봄 학교’다.

레이티=내 손자가 7살, 10살인데, 학교 수업은 오후 2~3시에 마치지만 6~7시까지는 학교에서 뛰어놀다 온다.

이=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인가.

레이티=그렇다. 애들이 정말 좋아한다. 그리고 그러면서 학교 폭력도 줄어들 거라고 본다. 아이들끼리 계속 교류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존 레이티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 뇌에서 학습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연구해온 뇌 석학이다. 2008년 뇌와 체육의 관계를 밝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운동화 신은 뇌’, ‘ADHD 2.0′ 등 저서를 통해 ‘운동시키는 정신과 의사’로 알려졌다. 그는 “운동은 두뇌 기능을 증진시켜 학습 효율을 높인다”며 ‘0교시 체육수업’ 효과를 강조한다. 자신의 주장처럼 매일 아침 한 시간씩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하루에 1만5000보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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