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민주당 딴지에 꽉 막힌 산은법 개정, ‘정관 위임’ 野 송기헌案 꺼내든 국힘
- 文정부 때 제2혁신도시 염두 발의 법안
- ‘소재지 서울’ 문구 삭제… 타지역 리스크
- 민주는 개정안과 맞바꿀 협상카드 원해
- 내년 총선서 야대국면 끝나야 성과 예상
169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부산 국회의원들이 고육지책으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발의한 산은법 개정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개정안은 ‘본점 소재지를 정관으로 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11일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13일 오전 9시 국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강석훈 산은 회장, 이원재 국토부 1차관과 함께 산은 이전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한다. 민주당의 반대 기류 속에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못박는 서병수 의원의 개정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번 간담회에서는 송 의원의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 의원의 개정안은 현행 산은법 제4조 1항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를 ‘산업은행 본점의 소재지를 정관으로 정한다’로 대체해 산은 본점 소재지를 수도권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취지다. 다만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서울’로 한정돼 있는 산은 본점의 위치를 비수도권으로 바꾸도록 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발의 배경이었던 것만큼 부산 입장에서는 리스크도 있다.
송 의원이 2020년 이 법안을 발의한 문재인 정부 당시만 하더라도, 전북이 제3의 금융 중심지를 추진하는 상황이었다. 산은 본점을 부산뿐만 아니라 전주 등 다른 지역으로 명기할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또 산은이 정관을 변경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지역 간 힘 겨루기 양상이 될 수도 있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국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법안 발의 당시 문재인 정부가 혁신도시 시즌 2를 준비하는 과정에 여야 의원 모두 공통의견으로 법률상 본점으로 명시되어있는 서울특별시를 삭제하는데 의의를 둔 것이지, 부산 이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발의한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논의 한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내 의원들이 이 법안에 대해 찬성을 해줄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결국 본점을 서울로 명시한다는 문구만 삭제할 뿐, 정관에서 부산이 아닌 전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위험 부담도 안게 되는 것이다. 산은 등 국책은행 본점을 대한민국에 둔다는 민주당 김두관 의원의 개정안도 부산으로서는 비슷한 리스크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그동안 고수해오던 서병수안에서 송기헌안으로 절충을 시도하는 것은 그만큼 산은법 개정을 위한 여야의 협상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 민주당 정무위 소속 김한규 의원이 국회에서 금융노조와 가진 간담회에서 산은 부산이전과 관련해 “여당이 우리를 설득할 의사가 없는 느낌”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미루어 짐작하듯, 민주당은 산은 개정안과 맞바꿀 수 있는 협상 카드를 국민의힘이 내놓기를 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민주당이 대외적으로는 산은 부산 이전과 관련해 “법대로 절차를 밟으라”는 입장을 반복할 뿐, 여당에 뚜렷한 협상카드를 제시하지 않는 점도 해법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
급기야 정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된 뒤 이전하라”고 조롱 섞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정무위 소속 유일한 부산 출신인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산은의 부산 단독 이전으론 민주당을 설득하긴 어렵다”며 “산은을 비롯해 전반적인 공공기관 2차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은이 소재한 서울 영등포을 지역구 출신인 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당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당 차원의 산은 부산이전 저지 전선이 확장되고 있다.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을 언급하며 부산 이전 반대 움직임을 노골화했다.
민주당 주장대로 산은 이전을 ‘법 대로’ 하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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