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명 배출하고 전국우승 경험한 명문

백창훈 기자 2023. 4.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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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리틀야구단에 가다 <1> 수영구리틀야구단

‘구도(球都)’ 부산은 과거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야구 선수들로 넘쳐났다.

그 뿌리는 초등학교 야구부였다. KBO리그 불세출의 스타 이대호와 추신수를 동시에 배출한 수영초를 비롯해 부산은 리틀야구의 메카였다. 그러나 학령 인구 감소와 스포츠클럽 전환 등에 따라 초등학교 야구부는 위기를 맞았고, 그 자리를 각 지역 리틀야구단이 메우고 있다. 리틀야구단 선수들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다. 이른바 ‘선진국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 프로에 데뷔하는 선수도 꽤 있다.

부산 야구의 뿌리가 초등학교 야구부에서 리틀야구단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제신문은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리틀야구단이 없는 중구와 동구를 제외한 14개 지역 리틀야구단을 찾아 부산 야구 꿈나무들을 조명하는 시간을 갖는다.

- 배정훈 감독이 2011년 창단
- 도미노피자배 우승 등 ‘전국구’
- 선수반 5명 취미반 7명 활동
- 투수 황찬준 박정우 기대주

“공을 보고 던져야지! 프로 선수는 그렇게 송구 안 해.”

부산 수영구리틀야구단 선수들이 훈련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창훈 기자


지난 9일 오전 11시께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의 한 경기장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휴일 아침 공원에 산책 나온 시민은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목소리가 나온 곳을 향해 바라봤다. 시선이 멈춘 곳은 수영구리틀야구단의 연습 구장이다. 수영구리틀야구단 배정훈 감독은 초등학교 저학년 선수가 송구 실책을 하자 불호령을 내렸다.

수영구리틀야구단은 2011년 배 감독의 주도로 발족, 올해로 12년째 운영 중이다. 1996년 2차 지명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배 감독은 몇 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은퇴 후 강원도의 한 대학에서 감독을 했는데, 문득 ‘내 고향인 부산 수영에는 왜 리틀야구단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후 곧장 부산으로 내려와 수영구와 상의한 끝에 수변공원 근처 빈 공터에 구장을 마련하게 됐다”고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르쳤던 아이가 잘 자라 프로 구단에 데뷔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수영구리틀야구단은 지금까지 2명의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다. 주인공은 이상연(두산·투수)과 김정민(SSG·외야수)이다. 부산고를 졸업한 이상연은 2021년 2차 6라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키 195cm의 뛰어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최고 시속 147km의 공을 뿌릴 수 있는 유망주다. 스플리터가 주 무기다. 경남고를 졸업한 김정민은 2023년 3라운드 25순위로 SSG에 입단했다. 입단과 동시에 스프링캠프에 합류했고 시범경기에서는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줬다.

이날 수영구리틀야구단의 훈련은 스트레칭을 시작으로 캐치볼과 내야 펑고, 타격 순으로 이어졌다. 뙤약볕 아래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훈련에도 아이들은 지친 기색 하나 없었다. 이를 지켜본 한 학부모는 “운동하기 전에는 한 달에 몇 번씩 코피를 흘렸는데, 이젠 건강해졌다. 아이와 대화도 늘면서 야구가 가져다 준 행복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고 웃었다.

수영구리틀야구단은 취미반 7명, 선수반 5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비교적 적은 인원이지만 끈끈한 수비와 탄탄한 조직력을 발휘, 여러 대회를 휩쓸었다. 2016년 도미노피자배 전국리틀야구대회에서 우승했고, 2019년 롯데기 초·리틀·중학교 야구대회 준우승, 2019년 12세 이하(U-12) 대회 4강에도 들었다.

현재 수영구리틀야구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투수 황찬준과 박정우다. 사이드암으로 제구력이 뛰어난 황찬준은 평소 롯데의 팬이던 할아버지·할머니의 영향으로 세 살 때 처음 야구를 접했다. 그는 “마트에서 파는 비닐 글러브로 캐치볼을 시작했다”며 “지금은 투구할 때 밸런스가 잡히지 않아 가장 큰 고민이다. 언젠가 롯데 한현희 선수처럼 선발로 마운드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우완 정통파’ 박정우는 야구 시작 1년 만에 벌써 최고 시속 105km를 찍은 ‘패스트볼러’ 다. 롯데 박세웅이 롤 모델이라는 그는 “7살 때 TV로 박세웅 선수를 처음 봤는데, 부드러운 투구 폼에서 나오는 위력적인 공이 정말 멋졌다”며 “1차 지명으로 프로에 데뷔해 박세웅 선수를 꼭 만나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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