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34] 외나로도 개조개 짓갱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3. 4.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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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의 계절이다. 봄이면 남해와 서해 어민들은 물이 빠지는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캔다. 특히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진다는 영등사리에 통영과 거제, 여수와 고흥 주민들은 조개 중에서도 개조개를 탐한다. 개조개는 모래와 자갈이 섞인 갯벌에서 잘 자란다. 주먹만 한 개조개는 수심이 깊은 곳에 서식하며, 수관을 길게 내밀어 바닷물에서 먹이를 흡수해 섭취하고 뱉는다. 이 과정에서 갯벌에 타원형 구멍을 남긴다. 바지락보다 큰 타원형 구멍을 보고 서식처를 확인하지만 큰 돌을 들어내고 파야 하기에 수월치 않다. 보통 잠수부들이 채취하지만 조차가 큰 곳에서는 바닷물이 많이 빠질 때 호미로 캐기도 한다.

고흥군 봉래면 창포마을 주민들도 영등사리에 맞춰 30여 명이 갯벌로 나왔다. 나로우주센터 근처에 있는 어촌이다. 주민들은 개조개를 ‘우럭’이라 부른다. 갯벌에서 조개 채취를 허락하는 날은 일 년에 딱 사흘뿐이기에 친정어머니가 와도 포기할 수 없다. 노인들은 호미로 바지락이나 살조개를 채취하고, 젊은 사람들은 개조개를 판다.

마을에서 개조개를 가장 잘 잡는 조씨의 어머니가 전날 아들이 잡은 개조개로 짓갱을 끓어주셨다. 짓갱은 바지락을 주요 재료로 쓰지만, 영등사리에는 귀한 개조개를 넣어 만들어 먹기도 한다. 마을 갯벌에서 개조개를 캘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물바지락은 어촌계에서 채취해 소득을 나누지만, 갯벌에서 채취한 바지락, 개조개, 해삼, 낙지 등은 주민들 밥상에 오른다. 우선 개조개 살을 삶아 건져 낸 후, 물에 쌀을 갈아 넣고 녹진하게 저으면서 끓인다. 그리고 개조개 살을 넣고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파를 넣는다. 개조개가 품은 육즙이 풍부해 감칠맛이 바지락보다 훨씬 강하다. 조미료를 더할 필요가 없다. 함께 잡은 해삼 무침 외에 부추 무침과 오이 무침도 준비했다. 봄철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통영이나 거제에서는 개조개를 탕이나 구이 등으로 즐기지만 나로도에서는 짓갱을 만들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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