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MF 3개월 만에 또 성장률 하향…한국 경제 악재

세계 전망치 2.8% 훨씬 아래 1.5%, 한은도 기준금리 동결…돌파구 시급

국제통화기금(IMF)이 3개월 만에 또다시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IMF는 지난해 10월 2.0%로 예측했던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 0.3%포인트 떨어진 1.7%로 낮췄다. 11일에는 1.5%로 0.2%포인트 더 낮게 예상한 수치를 내놓은 것이다. IMF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계속 낮추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달 들어 지난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40억2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줄어드는 등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세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올해 누적된 무역적자 규모만 258억 달러에 달한다. 그만큼 위기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돌파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삿일이 아니다.

IMF가 이날 발표한 4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WEO) 보고서는 올 세계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지난 1월 전망치(2.9%)보다 0.1%포인트 햐향 조정했다. IMF는 매년 1·4·7·10월 발간하는 이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와 회원국의 경제성장률을 분석·전망하고 정책 방향을 제언하고 있다. 따라서 IMF가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보다 0.2%포인트나 떨어진 1.5%로 예측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기획재정부(1.6%) 한국은행(1.6%) 한국개발연구원(KDI·1.8%) 등 우리 정부를 포함한 국내외 주요 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성장률을 훨씬 밑도는 전망치가 문제다. 나라 안팎에 몰아친 복합 경제위기가 지속하면서 경제성장률이 하향 추세를 보일 우려가 큰 탓이다.

실제 IMF는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춘 이유로 악화 중인 세계 경제 여건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을 꼽았다. 지난해부터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중 갈등 확대 등에 따른 경제 분절화 심화, 미국 실리콘밸리(SVB) 은행 파산 등 금융시장 불안 확산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IMF는 WEO 보고서를 통해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낮아질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각국에 조언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적자와 부채 규모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며 저탄소 경제체제로 빠르게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IMF 전망이 한국 경제에 악재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극복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3.50%로 연속 동결한 것은 수출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얼어붙은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조처다. 향후 금융 상황 등을 따져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여건을 ‘험난한 회복 과정(A Rocky Recovery)’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경제도 물가 흐름과 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주시하는 등 적절한 대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