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용 반도체 강펀치… TSMC, 3분기 연속 삼성 앞질렀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3개 분기 연속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 매출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TSMC가 공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TSMC는 올 1분기(1~3월)에 누적 매출 5086억3300만 대만달러(약 22조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매출은 14조~15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SMC는 지난해 3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대로 가다간 올해 삼성전자가 연간 매출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 타이틀을 TSMC에 넘겨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사의 희비는 사업구조에서 갈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의 70%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나오지만, TSMC는 파운드리 사업만 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상 최악의 불황기가 시작됐다. 반면 파운드리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꾸준하다.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과 달리, TSMC는 매출이 오히려 3.6% 성장한 이유다.
◇AI용 반도체가 효자
올해 초만 해도 대만 반도체 업계에선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TSMC의 분기 실적이 4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할 수 있다는 위기설이 돌았다. 하지만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열풍이 불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구동시키는 데 필수적인 엔비디아의 AI용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TSMC에 주문이 밀려들었다. 엔비디아는 AI용 GPU 생산을 모두 TSMC에 맡기고 있다. 대만 경제일보에 따르면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애플과 같은 TSMC의 주요 고객사들도 1~2월에 AI용 반도체 긴급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분에 TSMC는 1~2월에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매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3월 들어 뒤늦게 경기 불황의 타격으로 월 매출이 역성장했지만, 1분기 전체를 봤을땐 성장세를 유지하며 선방한 것이다.
AI용 GPU는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에서 제조된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뜻하는 것으로, 선폭이 좁을수록 반도체의 효율성과 수익성이 커진다. 대만 공상시보는 “스마트폰·PC 등의 소비 감소로 퀄컴, 미디어텍과 같은 기업의 반도체 주문량이 줄어 TSMC의 7나노 공정 가동률이 올 초 50%까지 떨어졌지만, GPU 주문이 들어오면서 다시 가동률이 높아졌다”면서 “하반기에는 가동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첨단 제품뿐 아니라 레거시(구형) 반도체 사업도 고루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TSMC의 강점이다. 지난해 기준 TSMC의 매출에서 첨단 공정(7나노 이하)이 차지하는 비중은 54%였고,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구형 반도체 매출 비중은 46%로 각각 절반 수준이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불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차량용 반도체 비중이 높은 것도 TSMC의 강점”이라고 했다.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 사업을 갖고 있지만, TSMC와 달리 첨단 공정과 모바일용 제품에 사업 비중이 쏠려있다. 최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60%대로 전분기 대비 4%포인트 오르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 파운드리는 모바일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확실하게 매출을 이끌 새로운 고객사가 없어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지난해 매 분기 매출 성장을 이어왔던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올 1분기엔 역성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 나서는 TSMC
전문가들은 “양사 실적 격차가 계속 커지면 삼성전자가 첨단 기술 경쟁에서도 밀리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1분기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4조원 규모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TSMC는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망된다. TSMC는 올해 연구개발(R&D)에 전년보다 20% 많은 돈을 투자해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확실하게 삼성전자를 따돌리겠다는 계획이다. 내달에는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8000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입주하는 초대형 첨단 반도체 R&D 센터를 개소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적자를 보면서도 TSMC와의 기술 경쟁을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네르, APT 파이널 우승...2024년 남자 테니스를 지배하다
- GS건설, 22년만에 '자이(Xi)' 브랜드 리뉴얼...새 브랜드 철학, 로고 공개
- 하청업체 기술 훔쳐 중국에 넘긴 귀뚜라미 보일러…과징금 9억원
- 김정은, “핵무력 강화, 불가역적인 정책”
- ‘독극물과 다름없다’더니... 햄버거 들고 트럼프와 사진 찍은 케네디
- 野 “대북전단 방치한 국방장관, 탄핵 사유 검토”
- Trump Rally sparks Crypto boom in S. Korea, overshadowing its stock market
- 野 이해식, 이재명 사진 올리며 “신의 사제, 신의 종”
- “치료비 도와달라” 호소한 中암환자, 알고보니 부동산 재력가
- “타이슨 엉덩이만 봤다”…6000만명 몰린 이 경기, 불만 폭주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