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교청서, ‘역사인식 계승’ 표현 빠져… 韓징용해법 호응 없어

도쿄=이상훈 특파원 2023. 4.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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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11일 공개한 2023년판 '외교청서'(한국의 외교백서)에서 지난달 한국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해 기술하면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언급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 표명을 싣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당시 기시다 총리의 언급을 두고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 담긴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계승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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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해법관련 기시다 언급 안실어
“韓 협력할 중요이웃” 표현은 진전
“한국, 독도 불법점거” 6년째 유지
외교부, 日대사대리 불러 항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반복과 관련해 1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초치된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 뉴시스
일본이 11일 공개한 2023년판 ‘외교청서’(한국의 외교백서)에서 지난달 한국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에 대해 기술하면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언급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 표명을 싣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당시 기시다 총리의 언급을 두고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 담긴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계승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일본이 이를 자국 문서에 담지 않으면서 과거사 반성에 소극적인 일본의 모습이 재차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또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계속하며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불법 점거’ 표현은 2018년 외교청서에 반영된 뒤 6년째 유지됐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구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 주한 일본대사관 대사대리(총괄공사)도 초치해 부당한 영유권 주장에 항의했다.

● 과거사 반성에 소극적인 日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 격)에서 ‘2023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일본은 매년 4월에 최근 국제 정세와 자국 외교 활동을 기록한 외교청서를 발표한다. 2022년 외교 활동이 기준이지만 지난달 6일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와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 등 올해 벌어진 중요한 외교 활동도 일부 포함했다.

일본은 이번 청서에서 한국의 징용 해법에 관해 하야시 외상이 “2018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 매우 엄중한 상태에 있던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한일 교류가 확대돼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언급한 부분을 담았다.

하지만 과거사 반성에 대한 부분은 누락했다. 당시 하야시 외상은 “일본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 또한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이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독도에 대해서도 기존의 억지 주장을 이어갔다. 일본은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한국은 경비대를 상주시키는 등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 없이 다케시마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한일-한미일 협력 중요성은 강조

일본은 이번 외교청서에서 한국을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 대응에 있어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규정했다. 지난해 청서에서는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만 언급한 것에 비해 한국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 것이다. 특히 북한 대응 등을 염두에 두고 “안전보장 측면을 포함해 한일, 한미일의 전략적 연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논할 필요도 없다”고 담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독도 영유권 등 터무니없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협력해 나가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 등 전향적인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그 자체로 평가할 부분들이 분명 있다”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기대했다.

일각에선 일본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 계승 부분을 고의로 누락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본 전문가는 “청서 초안을 외무성 초임자들이 작성하는 만큼 3월 중순에 실시된 한일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담아내려는 고차원적이고 정무적인 고려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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