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돌아온 ‘부산갈매기’

강필희 기자 2023. 4.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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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고 전해라'는 가사로 유명한 '백세인생'은 발표 당시엔 반응이 없다가 뒤늦게 네티즌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역주행한 노래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2016년 4·13 총선에 선거 로고송으로 독점 사용하길 원했으나 작곡가가 5억 원을 요구해 계획을 접었다.

국내 야구단의 응원가 저작권 분쟁은 2018년 작곡가 21명이 "사전 협의 없는 가사 변조와 저자 미표시는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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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고 전해라’는 가사로 유명한 ‘백세인생’은 발표 당시엔 반응이 없다가 뒤늦게 네티즌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역주행한 노래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2016년 4·13 총선에 선거 로고송으로 독점 사용하길 원했으나 작곡가가 5억 원을 요구해 계획을 접었다. 작곡가는 “독점 사용이라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한때 대북방송에도 쓰였는데 공익 목적이라 별도 사용료가 부과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문성재의 ‘부산갈매기’가 언제부터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응원가로 쓰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중장년층에선 “제대하고 야구장 갔더니 사람들이 따라 부르더라”고 한다. 노래가 세상에 나온 건 프로야구 출범과 같은 해인 1982년이지만, 사직벌 떼창이 본격화 한 건 한참 뒤다. 가수는 오래 전 가요계를 떠났고,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작사 작곡에 매달렸던 작곡가도 몇년 후엔 고인이 됐다. ‘부산갈매기’는 창작자나 가수 의지와 상관 없이 자생적인 동력으로 부산을 넘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해도 과언 아니다.

롯데가 경기 역전에 성공하거나 주요 분기점에서 울려 퍼지던 ‘부산갈매기’가 올 시즌부터 다시 사직야구장을 달군다. 롯데와 저작권자가 응원가 사용에 합의를 이룬 덕분이다. 저작권 분쟁으로 음원을 못 튼 지 5년 만이다. 구단은 지난 7일 홈 개막식에서 저작권자와 공식 응원가 지정식까지 가졌다. 국내 야구단의 응원가 저작권 분쟁은 2018년 작곡가 21명이 “사전 협의 없는 가사 변조와 저자 미표시는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사실상 원고 패소로 결론이 났지만, 롯데만 유일하게 다른 양상이 전개됐다. 롯데는 개사를 하지 않아 애초 법적 다툼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권리를 상속받은 저작권 소유자가 롯데의 응원가 사용 자체를 거부하면서 ‘응원가 없는 응원’이 더 오래 지속됐다.

30년 전까지 세계 음반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J팝의 몰락은 폐쇄성 탓이라는 전문가가 많다. 저작권 보호에 집착해 유튜브나 스트리밍 활용을 극도로 꺼렸다. 새 음원 발매와 동시에 유튜브와 SNS에 공개되는 K팝과 정반대다. 못 들으니 안 사는 악순환이다. 원저자의 피 땀 눈물이 밴 창작물에 대한 권리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권리가 남용되거나 시장 실패로 이어지는 건 경계 대상이다.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응원가가 야구장에서 퇴출되는 건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사직갈매기’들이 아니었다면 ‘부산갈매기’가 지금처럼 높이 멀리 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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