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61> 차 마시는 지리산 심(深) 스님에게 시 읊어 송별한 유방선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2023. 4. 1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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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도 정처 없었는데 오늘이라고 갈 곳 있으랴(昔非有往今何往·석비유왕금하왕)/ 남북으로 오고 감도 또한 우연이리라.

지리산에서 수행하며 시 짓고 차 마시는 심 스님이 유방선을 찾아와 지내다 돌아가며 시를 청하기에 바로 입으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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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에서 깬 뒤 향기로운 차 즐겨 달이시리라

- 出定香茶好自煎·출정향차호자전

전날에도 정처 없었는데 오늘이라고 갈 곳 있으랴(昔非有往今何往·석비유왕금하왕)/ 남북으로 오고 감도 또한 우연이리라.(北去南來亦偶然·북거남래역우연)/ 해지면 원숭이 그림자 너머로 홀로 가실 테니(落日獨行猿影外·낙일독행원영외)/ 밤에는 학 울음 옆에서 외로이 읊조리시리라.(淸宵孤嘯鶴聲邊·청소고소학성변)/ 거침없이 지었던 옛 시구를 한가로이 고치겠고(揮毫舊句閒相改·휘호구구한상개)/ 선정에서 깬 뒤 향기로운 차 즐겨 달이시리라.(出定香茶好自煎·출정향차호자전)/ 부끄럽게도 나는 오랫동안 티끌세상에 얽매여(愧我久爲塵世累·괴아구위진세루)/ 타향에서 몸이 묶여 세월만 보내겠지.(異鄕瓠繫過年年·이향호계과년년)

위 시는 유방선(柳方善·1388~1443)의 ‘지리산 심 스님이 떠나기 앞서 시를 청하기에 그 자리에서 입으로 부르다(智異山深上人臨行索賦 輒口號·지리산심상인임행색부 첩구호)’로, 그의 문집 ‘태재집(泰齋集)’ 권3에 있다. 지리산에서 수행하며 시 짓고 차 마시는 심 스님이 유방선을 찾아와 지내다 돌아가며 시를 청하기에 바로 입으로 지었다. 심 스님의 일상을 읊어 송별했다.

지리산 화개골에서 승려가 된 서산대사 휴정(1520~1604)이 읊은 시 ‘두류산 내은적암에서(頭流山 內隱寂庵·두류산 내은적암)’에 “…/ 시냇 물속의 달을 함께 길어 와서는(共汲一澗月·공급일간월)/ 차를 달이면서 푸른 연기 나눈다네(烹茶分靑煙·팽다분청연)”이 있다. 심 스님은 서산대사보다 130여 년 앞서 태어났다. 심 스님보다 후세의 승려인 초의선사(1789~1866)는 ‘동다송(東茶頌)’에서 지리산 화개동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차밭이 있으며, 야생차밭이 무려 사오십 리에 걸쳐 있다고 했다.

유방선보다 12년 앞서 태어나 영의정을 지낸 하연(河演·1376~1453)은 문집 ‘경재집(敬齋集)’ 권1에서 ‘지리산 스님이 햇차를 보내와(智異山僧送新茶·지리산승송신차)’ 시와 ‘판서 민의생이 중국으로 사행 떠날 때 화개 차를 주며 전별함(閔判書 義生 朝天 以花開茶奉贐·민판서 의생 조천 이화개차봉신)’ 시에서 화개골 차를 읊었다. 지난 10일 필자는 목압서사 뒤 차산에서 올해 첫 녹차를 한 움큼 따 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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