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남 강도살인 사건서 절대로 놓치면 안 되는 것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의 납치·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살인을 실행한 피의자 3명이 구속된 상태로 검찰에 송치되었고, 살인을 교사했던 부부도 연이어 구속되었다. 사건 초기에 많은 언론은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강도살인의 목적과 배후를 궁금해했다. 그러나 이번 강도살인 사건의 실체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코인 사기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강남에서 발생한 코인 관련 강도살인 사건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코인 사기 사건이 많다. 피해 규모가 크고, 피해자도 적지 않다. 또 다른 비극적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코인 사기 피해자는 일반적인 형사사건의 피해자와 다르다. 사기죄의 성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피해자가 지급한 돈이 ‘투자’인가 아닌가다. 만약 피해자의 돈이 ‘투자금’이라면 실패한 투자가 될 것이다. 투자를 권유한 사람의 잘못이 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면 된다. 수사기관 입장에서 코인은 변동성이 큰 위험한 상품이다. 코인의 실체가 없다거나, 코인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사회윤리 또는 통념에 비춰 지나친 과장이 없었다면 민사사건으로 판단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투기성이 강한 코인과 관련된 사기 사건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
대형 코인 사기 피해자의 경우 완전히 피해자라고만 볼 수 없을 때도 있다. 코인 사기 사건은 다단계 구조를 지닌다.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초기 투자자들이 또 다른 투자자를 모으는 구조다. 초기 투자자는 투자금 유치의 대가로 코인을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얻거나 일정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피해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코인 사기의 모집책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코인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피해자 역시 다른 피해자로부터 고소를 당한 경우가 많다. 피해 사실로 따진다면 다단계의 상층부에 있는 피해자도 피해자임이 분명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피의자일 수 있다.
코인 사기의 가장 큰 문제는 사기를 주도했던 주범이 철저히 자취를 감춘다는 점이다.
다단계의 꼭대기에 있는 주범은 선불폰, 대포통장 등으로 신분을 감춘다.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해외 서버에 기반을 둔 거래소와 자체 개발한 전자지갑은 자금 추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코인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후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경찰에 고소를 진행했지만, 피해자가 피해자로서 인정을 받기 쉽지 않다. 피의자는 찾을 수 없고 수사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수사기관을 통해 피해회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번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경우처럼 피해자들이 특정할 수 있는 누군가를 향해 스스로 자력구제에 나서는 비극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와 같이 ‘코인 사기꾼’들이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은 윤석열 정부와 국회의 소극적 대응 탓이다.
리딩방 등을 운영하면서 코인 투자와 자문을 권유하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법률이 없다. 일부 코인의 경우 사업계획서를 갖추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증권상품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자본시장법의 규율을 받지 않는다. ‘코인 사기꾼’들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같이 총책, 관리책, 현금 인출책 등을 갖추고, 거래할 수 없는 코인을 이용해 피해자들의 돈을 노리고 있지만, 금융기관은 즉각적인 지급정지에 나서지 않는다. 코인 등을 통한 투자사기는 지급정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장되지 않는 코인의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은 다단계이다. 하지만 코인의 권리를 파는 행위에 방문판매업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률적 논란이 있다. 정부와 국회의 코인 관련 입법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은 소극적인 태도로 수사를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특정되지 않는 피의자를 고소하고 마냥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피해자들에게 피해회복을 빌미로 코인을 지급하고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대출 사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정부와 국회, 수사기관이 잠자고 있는 사이에 코인 사기는 또 다른 모습으로 피해자를 노리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코인 사기를 막기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수사기관도 현재의 법률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국제공조 수사 등을 통해 피의자를 빠르게 특정해야 한다. 코인을 둘러싸고 피해자가 피해자를 겨냥하는 비극적 상황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
백수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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