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음주시동 잠금장치

채희창 2023. 4. 1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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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은 '도로 위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2019년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 사망 사고 형량을 '1년 이상 징역'에서 '3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으로 강화했다.

음주운전 사고 처벌은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은 워싱턴 등 일부 주에서 음주운전 사망 사고에 살인죄를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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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은 ‘도로 위 살인행위’나 다름없다. 음주운전 탓에 무고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대전에서 지난 8일 학교 어린이보호구역을 걷던 배승아(9)양이 인도를 덮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9일엔 경기 하남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떡볶이를 배달하고 오던 40대 가장이 중앙선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 코로나19 제약이 풀려 모임이 늘면서 음주운전이 급증하고 있다. 경찰 단속 결과, 최근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지역별로 14~43%까지 늘었다니 걱정이다.

2019년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 사망 사고 형량을 ‘1년 이상 징역’에서 ‘3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으로 강화했다. 음주운전 처벌을 대폭 강화했는데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9년 43.7%, 2020년 45.4%, 2021년 44.8%다. 10명 중 4명이 처벌 후에도 다시 술 먹고 운전대를 잡는다는 얘기다.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자는 2021년 기준 2만7355명에 이른다. 무려 7회 이상 적발자도 977명이나 된다. 이쯤 되면 음주운전은 ‘통제하기 어려운 습관’이라고 봐야 한다.

재범을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교통 선진국처럼 술을 마신 경우 원천적으로 운전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장치로 대당 250만원가량 내면 기존 차량에도 설치할 수 있다. 이 장치는 미국 36개 주에 도입돼 2006∼2018년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이는 등 효과를 입증했다. 우리나라도 2009년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됐지만 헛바퀴만 돌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이 시범사업까지 했지만 입법은 무산됐다.

음주운전 사고 처벌은 강화되는 추세다. 미국은 워싱턴 등 일부 주에서 음주운전 사망 사고에 살인죄를 적용한다. 호주는 운전자 이름을 신문에 공개해 톡톡히 망신을 준다. 음주운전 상습범의 경우 자동차 몰수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법원이 온정적인 처벌을 해선 안 된다. 음주운전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걸 뼛속 깊이 새기게 해야 한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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