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선거제 개혁 ‘덜 나쁜 대안’ 선택을
장단점 분석 엄정한 시뮬레이션 필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렸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를 손질하려는 노력은 전에 없이 체계적이다. 선거제도가 바뀔 가능성이 과거보다는 높지만 실제로는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정당마다 손익에 따라 선호하는 대안이 다르고 완전무결한 선거제도란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단점은 3~5인 중선거구제가 2006년 이후 지방선거의 기초의회의원 선거결과가 웅변해주듯이 지역주의와 양당제를 줄여준다는 증거가 약하다는 사실이다. 반면 인구가 적은 비도시에 소선거구제를 남긴다면 지역대표성도 지역주의도 변화가 없을 것이다. 또한 첫째 안은 유권자 차원에서 평등이라는 헌법적 권한을 위협할 수 있다. 도시 유권자 1인의 표는 대표 3~5인을 뽑는 가치가 있는데 비도시 유권자 1인의 표는 1인밖에 못 뽑기 때문이다.
둘째는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인데 지역구의원 4~7명을 뽑기 위하여 정당별로 후보 이름을 나열하고 그 가운데 하나를 찍는 것이다. 당선자는 정당 상관없이 의원정수만큼 다득표한 후보 순서대로 정해진다. 이는 원래 비례대표 선거제도인데 후보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절대로 유리한 경향이 있다. 의원정수가 커질수록 득표율이 자잘해질 수도 있고 당선자 사이의 득표율 차이도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또 다른 대표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앞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2020년 준연동형으로 바뀌기 이전에 시행되었기 때문에 유권자에게는 익숙한 제도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계산할 때 지역구 의석과 무관하게 비례대표 득표율로만 정하는 간단한 방식이다. 이를 첫째 안과 같이 권역별로 한다면 권역의 범위와 크기가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권역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고 지역주의 완화 효과도 사라진다. 6개 권역을 도출하고 합의를 이끄는 일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에 아예 광역시도를 범위로 17개 권역으로 하자는 말도 나온다. 비례대표 의원정수가 47명 고정이라면 17개 권역마다 비례의석이 기껏해야 2~3개씩 돌아간다. 이래서는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발휘되기 어렵다.
셋째 안은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서 권역별 비례제로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현행 선거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 어느 선거제도나 장점이 있으면 또 단점이 있고 약점이 있는 선거제도도 장점 하나는 가진다. 이번에 사표를 줄여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제도를 만든답시고 위헌논란에 빠지는 우는 피해야 하지 않을까. 양당제와 지역주의를 줄이자면서 또 다른 차원의 대표성 시비에 날을 새우는 일도 피해야 한다. 정당 사이의 손익계산을 시뮬레이션하기보다는 선거제도의 장단점에 대한 엄정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번 고치면 또다시 언제 고칠지 모르는 국회의원 선거제도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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