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국민의힘의 민주당 ‘원 팀’ 따라하기

황대진 논설위원 2023. 4. 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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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내부 억압 수단이던 ‘원 팀’ 與서도 외치기 시작
‘친윤 원 팀’ 아니라 ‘대한민국 원 팀’ 만들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 앞서 김기현 신임 당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최근 만난 민주당 의원이 “요즘 국민의힘이 ‘원 팀(one team)’ 얘기를 많이 한다. 우리가 그러다 망했는데 왜 따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원 팀’은 구성원이 힘을 합쳐 목표를 이루자는 일종의 구호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주로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에 대한 내부 비판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쓰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들은 원 팀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낸 사람은 징계하고 당에서 내쫓았다. 대통령, 대표의 잘못을 지적하면 ‘문빠’ ‘개딸’을 동원해 못살게 굴었다. 말로만 원 팀이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이재명·이낙연 후보는 같은 당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싸웠다. 대장동 사건이 그때 불거졌고 결국 선거에서 졌다. 이재명 대표가 취임하며 “총구는 바깥으로 돌리고 더 큰 원 팀으로 뭉치자”고 했지만, 그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가까스로 부결되자 찬성표 색출 작업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내부 총질’에 민감하다. ‘이준석 사태’가 그래서 터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의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기회로 악용하면 안 된다”며 “새로 선출될 지도부와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는 “당을 원 팀으로 만들어 내년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겠다”고 화답했다.

경제·안보 위기를 극복하려면 당정청이 하나로 뭉쳐 원 팀이 돼야 한다는 말은 옳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과 장관이 원 팀이 돼 국정을 운영하자” “수출 증대를 위해 정부와 기업은 원 팀”이라고 할 때 원 팀이 그런 의미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주 69시간 근로’,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등을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장관이 말했는데 대통령실이 아니라고 하고, 대통령실이 얘기했는데 정부가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의전비서관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교체되고 새로 임명된 조태용 안보실장은 “대통령실 전 구성원이 ‘원 팀’으로 노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원 팀’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처럼 들린다.

‘정책 원 팀’보다 ‘정치 원 팀’이 더 어렵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하며 “우리는 원 팀”이라고 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안 의원은 “국정 운영의 적”이 됐다. 김 대표는 원 팀을 위해 비윤(非尹)을 등용하는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끓이겠다고 했지만 결국 주요 당직은 ‘친윤(親尹) 일색’이 됐다.

정치는 의견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다. 힘들고 지루한 일이다. 원 팀은 여기에 ‘패스트트랙’을 깔려는 시도다. 딴소리 말고 지도부가 이끄는 대로 가자는 것이다. 다른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배척하기가 쉽다. 정치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원 팀을 외칠수록 지지세가 떨어져 나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민주당 원 팀이 실패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 있다.

‘진짜 원 팀’은 사람을 중심으로 뭉치는 게 아니다. 다양한 나이, 지역, 계층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한때 청년과 노인, 수도권과 영남, 중도와 보수가 진정한 원 팀을 이뤘던 당이다. 60대 당원이 30대 청년을 대표로 뽑고,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동시에 승리하고, 문 전 대통령의 총애 속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검사를 대선 후보로 영입했다. 그 결과 정권 교체를 이뤘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그때와 같은 다양성이다. 내분을 막겠다고 원 팀을 내세울수록 ‘진짜 원 팀’은 요원해진다. ‘친윤 원 팀’이 아니라 ‘대한민국 원 팀’을 만드는 게 집권당 역할이다. 대통령의 중요한 책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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