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전광훈 손절'은 '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다
전 목사의 착각...국민의힘 정권 창출이 자기 덕분이란 '오판'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면 그 끝은 '비극...국힘의 바른 판단 필요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는 이유는 많다. 특정 지역 또는 특정 계층의 지지를 얻거나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종교적 가치를 강조해 사회적 동조를 유도하거나 특정 이슈나 정책에 대해 종교적인 근거를 들어 설득력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종교가 정치를 조정하고 지배하는 선까지 가려한다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종교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중세 유럽을 차치하더라도 역사적 기록에서는 적지 않는 사례들이 확인된다. 문제는 사례 대부분이 비극적인 종말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이다. 고려 후기 공민왕 시절 신돈이나 제정러시아의 고레고리 라스푸틴이 대표적이다
종교는 개인적인 믿음과 신념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반면 정치는 사회적인 계획과 이익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특히 종교적으로 규정된 정치적 이념이 민주주의 원칙과 충돌할 경우에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극우 종교인인 전광훈 목사와 국민의힘 사이에서 일고 있는 최근의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전 목사가 안하무인인 성향 탓도 간과할 수 없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를 이처럼 함부로 막 대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 목사 앞에서 국민의힘이 대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듯한 인상이 짙은 것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된다.
누가봐도 둘 사이에 쉽게 공개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하기야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신성모독 수준의 막말까지 했던 사람이니 그러려려니 한다고 해도 국민이 보기에는 꼴불견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수석최고의원에게 전한 5.18 관련 발언이나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XX’라고 비하한 빌언에다 10일 기자 회견시 제주 4.3 사건과 관련한 발언 등등도 양식을 가진 국민의 눈에는 매우 생경하게 여겨질 것이다. 믿는 구석이 도대체 뭔지 모르지만 전 목사는 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선지자가 책망하면 ‘아멘’ 하고 듣고 회개해야 한다"는 말도 무심코 내뱉는다. 자신이 ‘선지자’란다. 얼마 전 장안의 화제였던 ‘나는 신이다’에 소개된 사이비 메시아와 제대로 오버랩된다. ‘선지자’ ‘메시아’임을 주장하는 사람 중에 실제 선지자·메시아인 경우는 없다.
자신은 어떤 소신에서 하는지 모르나 일반인 눈에는 ‘유치 찬란’의 극치를 이루는 그의 막말 퍼레이드에서 자신을 실제보다 훨씬 더 큰 존재로 착각하는 소영웅주의를 엿볼 수 있다. 그 시발점은 보수가 설자리 조차 부족했던 박근헤 전 대통령이 탄핵을 앞둔 광화문 촛불 집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광화문 운동 안 했으면 정권교체가 됐겠냐"는 말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 이게 믿는 구석인가?
자신 덕분에 보수 즉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았고, 그래서 국민의힘에 상당한 지분이 있다고 믿는 듯하다. 심각한 인식 오류다. 정권을 바꾼 건 국민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 목사를 향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삼가달라"고 경고한 적이 이전에도 있긴 했다. 전 목사에게는 '경고"가 아닌 '애교'로 들렸을 거라고 말하면 지나친 비아냥일까? 전 목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이랍시고 판을 벌린 뒤에는 "정치인은 종교인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한술 더 뜬다. 자신과 설전을 벌였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황교안 전 대표를 겨냥한 것 같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종교인들의 정치 참여가 우리보다는 활발하지만 통제를 받는 건 당연히 아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럴 때 보다 분명하게 ‘우리당은 그런 당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하면서 강력하게 경고하고 일깨워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국민들이 국민의힘에 믿음을 갖겠는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더더욱 전 목사과의 결연한 절연 의지는 무척 중요하다. 집토끼(보수층 다지기)보다 산토끼(중도층끌어안기)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가 때문이다. 물론 김기현 국민의힘대표가 "우리 당 당원 아니다"며 나름 선을 긋는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화법은 그리 명료한 것 같지않다. 전 목사로 당내 분란이 계속되자 관계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려는 의도로 보이나 2% 부족해보이는 게 저만의 생각일까?
전 목사는 스스로 "정치가·사회운동가가 아니라 한국 교회를 이끄는 선지자 중 하나"라고 자칭했다. 구약성경의 예언자쯤으로 간주하는 모양이나 언어도단이다. 참된 목회자라면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자세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행보는 정치인과 다름없었다. 2008년 이후 네 번의 총선에서 당명을 바꿔 가며 기독교 정당을 창당해 현실정치에 개입해 왔다.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오늘날 국민의힘으로 이어져온 보수쪽과 교류는 있어 왔다.
당 차원에서 공식적인 협력은 없었을지는 모르나 성향에 따라 일부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개인적으로 교류를 해온 것은 사실이다. 전 목사가 주장한 ‘국민의힘 점령 작전’의 시작도 궤를 같이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간에 정치적 계산이나 정산이 필요할 수 있고 아직 정산이 끝나지 않았을수도 있다. 필요에 의해 전 목사와 새롭게 접촉을 늘리는 정치인도 있을 것이다. 김재원 국민수석 최고위원이 전 목사와의 나눈 대화나 "우파 진영을 전 목사가 전부 천하통일했다"며 영웅으로 칭송한 미국 강연에서도 확인된다.
지금 국민의힘은 '전광훈'이라는 늪에 빠져있다. 극단적이고 편향된 전 목사와의 결별은 커녕 심기 살피기에 급급하다. 민주당 강성의원들이 '개딸'들을 맹목적으로 감싸고도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전 목사와의 연결고리를 단호히 끊어라. 국민을 생각하는 정당정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극우 막말 세력과의 단절에서 빠지는 지지율을 걱정하는 정치인들의 단견이라면 정계은퇴를 권하고 싶다. 늪에서 나오는 것은 삼보 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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