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된 단관극장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보존과 철거를 놓고 논란과 갈등 속에 평행선을 달려온 강원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철거된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11일 브리핑을 통해 “아카데미극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야외공연장과 주차장을 조성하겠다”며 “다양한 의견 수렴과 내부적인 숙의 과정을 거쳐 신중에 신중을 기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시 최고 정책심의기구인 시정조정위원회 의결 결과를 바탕으로 많은 고민 끝에 내린 최종 결정이라고 거듭 설명한 원 시장은 철거 후 활용방안을 내놨다.
야외공연장에는 재래시장 및 5일장과 연계한 문화행사를 진행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주차 공간도 확보해 재래시장의 접근성을 높인다.
중앙동 도시재생사업으로 올해 5월 착공되는 문화공유플랫폼 건립이 완료되면 그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전시관 운영 기획 및 활용 방안을 적극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이 결정으로 국내에서 단관극장의 원형을 가장 오랫동안 보존하고 있는 건축물로 알려진 아카데미극장은 1963년 건립된 지 60년 만에 철거돼 사라진다. 원 시장은 “아카데미극장을 활용해 원도심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많은 고심을 했지만, 아카데미극장을 복원한다면 사업비 및 운영비 명목의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복원 공사 기간 문을 닫아야 하는 풍물시장 상인들은 생계에 큰 위협을 받게 된다”며 “엄청난 매몰 비용을 안고 울며겨자먹기식 운영을 이어가다 보면 또 하나의 예산 낭비 사례로 전락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시장 활성화 대책도 제시했다. 원 시장은 “재래시장 환경개선 사업 및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 시장을 새 단장 2019년 1월 화재 이후로 해결되지 않은 중앙시장 2층 건물을 매입해 시장 살리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또 “주차장을 단계적으로 추가 조성해 주차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시민이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보존을 찬성해 온 시민사회단체는 반발하고 나섰다. 보존·재생 사업을 위해 시비 32억원을 들여 원주 아카데미극장을 매입한 지 15개월여 만에 내린 철거 결정인 데다 전날 처음 만나 의견을 나눈 지 하루 만에 이뤄진 발표라는 점에서 시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존·재생 찬성 측인 ‘아카데미의 친구들’(이하 아친)은 이날 입장문에서 “전날 처음 만나서 보존 의견을 검토하겠다던 원강수 시장은 단 하루 만에 철거를 발표했다”며 “철거라는 짜놓은 각본 속에 들러리로 세운 것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아친은 또 “극장 재생을 위한 국비 30억원, 도비 9억원이 이미 확보됐는데 사업비와 운영비 예산이 부담돼 철거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철거 결정을 내린 시정조정위원회의 구성과 논의 과정 판단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아친은 이어서 “보존을 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하루 만에 걷어찬 원주시를 계속해서 설득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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