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금속활자 ‘직지’, 프랑스서 50년만에 실물 공개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 서적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직지)’ 원본이 11일(현지시각) 무려 5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됐다.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이 12일부터 여는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Imprimer! L’Europe de Gutenberg)’ 특별전의 사전 공개 행사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에는 직지를 비롯, 8세기 인쇄 목판과 15세기 구텐베르크 시대의 활자 등 약 600여년에 걸친 인쇄 기술의 발전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각종 유물과 전시품 270점이 나왔다. 직지는 이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했다. 주최측은 600년이 넘은 직지의 안전을 위해 최신 전시 기재에 직지를 담아 공개했다.
‘직지’는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충북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간행한 책이다. 상·하 2권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보이나, 지금은 하권만 남았다. 주(駐)조선 프랑스 공사(1896~1905)를 지낸 외교관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가 조선에서 구입해 프랑스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골동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의 손을 거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됐다.
프랑스국립도서관측은 “인쇄술은 ‘지식 대중화’의 문을 연,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 중 하나”라며 “구텐베르크가 15세기에 활판 인쇄술을 선보이기 전부터 한국과 중국에도 유사한 기술이 있었다는 사실을 여기 놓인 직지가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지가 단순히 한국의 앞선 인쇄 기술력을 자랑하는 것을 넘어서는 문명사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매체 50여곳과 출판업계 인사들도 이날 전시회 사전 공개 행사에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한 관람객은 “전시물들을 보면서 글과 (종이) 인쇄의 가치는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점점 가벼워지는 일상의 커뮤니케이션에 맞서 아름다운 글과 인쇄물의 가치는 더 고양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지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유럽인들에게 처음 공개됐다. 이후 70여년 이상 도서관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가, 1972년 유네스코 ‘책의 해’ 전시회에 특별 출품되어 다시 세상에 나왔다. 도서관측은 처음 기증 받을 때부터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임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직지가 구텐베르크 성서(1455)보다 78년 앞선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은 1972년 4월 28일자 조선일보 신용석 파리 특파원의 보도를 통해 세계적 특종이 됐다.
직지의 외부 공개는 1973년 이 도서관의 ‘동양의 재보(財寶)’전이 마지막이었다. 이날 50년만의 직지 공개에 최재철 주(駐)프랑스 대사, 채수희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장, 김정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이범석 청주시장, 대한불교조계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이날 직지가 한국에서도 전시될 수 있도록 프랑스국립도서관 측과 협력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직지는 같은 프랑스국립도서관이 소장했다가 2011년 대여 형식으로 반환된 외규장각 의궤와는 달리 약탈 문화재가 아니기 때문에 환수 대상으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군사지원 중단? 우크라 수개월내 원자탄 개발 가능”
- “수능 이틀 전 혈액암 진단 받아”…병원서 시험 치르는 수험생의 기적
- 여행·휴식보다 ‘이것’ 먼저…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일 물었더니
- 허위사실 공표 혐의 허종식 의원, 항소심 첫 재판서 “허위 글 아니다”
- 공직선거법 위반 박남서 경북 영주시장…항소심도 당선무효형
- 대한항공, 성폭력 가해자 징계없이 퇴사시켜…대법 “회사가 배상해야”
- 여대 학생회에 “패도 돼?” 댓글 남긴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尹, 러·북 군사 협력에 “중국도 책임 있는 역할 다해달라”
- Supercomputer Project Delayed: South Korea faces challenges in AI chip race
- “엔비디아 주주였는데…” 젠슨 황에 고개 숙인 손정의,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