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묻혔던 억울함 밝혀지길”…충주서 유해 발굴 시작
[KBS 청주] [앵커]
6.25 전쟁 당시 충북 곳곳에서도 민간인 희생 사건이 있었지만, 그날의 진실과 함께 여전히 땅 속에 묻혀있는 희생자들이 적지 않은데요.
충주에서 73년 만에 첫 유해 발굴이 시작됐습니다.
송근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여기까지 73년이 흘렀습니다. 어서 나오십시오!"]
기억에도 희미해진 아버지를 목놓아 불러보고, 무릎까지 꿇어가며 호소하는 유가족들.
6.25 전쟁 당시 무고하게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자녀, 형제들입니다.
1950년 7월, 국군 6사단 헌병과 충주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예비검속을 명목으로 보도연맹원 등 민간인을 무차별 연행하고, 충주 싸리재에서 처형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는 지난 2008년부터 '충주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조사하고, 이듬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희생자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복영/민간인 희생자 유족 : "군인들이 지나가면서 마음에 안 든다, 저 사람은 빨갱이일 것이다. 이걸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일은 언젠가 또 일어난다고 봅니다."]
억울한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유해 발굴이 시작됐습니다.
이곳 충주시 호암동에만 최소 50명의 유해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광동/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장 : "국가가 국민의 희생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조금이나마 그 참담함에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유해 발굴은 이달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신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감식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희생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송근섭입니다.
촬영기자:최영준
송근섭 기자 (sks8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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