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식민지’ 알리려 두 바퀴로 달리는 청년들

김송이 기자 2023. 4. 1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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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NGO ‘솔리데리티 라이징’
아프리카 서사하라 억압 알리려
지난해 5월 자전거 세계일주 시작
사하라위족 알제리 캠프가 목표
서사하라 독립 요구를 알리기 위해 전 세계 40개국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는 스웨덴 출신 인권운동가 산나 고트비(왼쪽)와 벤저민 라드라. 본인 제공

“우리가 자전거를 타면서 만난 사람들에게만이라도 서사하라를 알린다면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스웨덴 출신 인권운동가 벤저민 라드라(31)와 산나 고트비(31)는 ‘아프리카 최후의 식민지’로 불리는 서사하라의 독립 요구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전 세계 40개국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다. 4만8000㎞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고국인 스웨덴을 출발해 덴마크, 체코, 크로아티아, 터키 등 14개국을 지나 서울에 머물고 있는 두 사람을 지난 6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라드라는 ‘연대로 일어난다’는 뜻의 비영리단체 ‘솔리데리티 라이징’의 설립자다.

두 사람이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은 서사하라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탄 하루 동안만 해도 5명이 두 사람에게 ‘어디를 가는지’ ‘국기는 어느 나라 것인지’ 물어왔다.

두 사람에게도 서사하라는 5년 전까지 생소했다. 팔레스타인 인권 문제에 천착해온 라드라는 2017년 즈음 50년간 모로코의 지배를 받아온 서사하라를 처음 알게 됐다. 그는 “아프리카에 여전히 식민지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함께 활동하는 고트비도 서사하라를 처음 접하고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아프리카 대륙 북서부 연안에 위치한 서사하라는 식민지배로 인한 분단의 아픔을 갖고 있다. 1884년부터 스페인의 식민 통치를 받은 서사하라는 1975년 스페인의 철수와 동시에 모로코에 강제 점령됐다. 서사하라에서 살아온 사하라위족은 ‘폴리사리오 전선’을 꾸려 공화국을 선포하고 독립운동을 해왔다. 영토의 80%는 모로코가, 20%는 폴리사리오 망명 정부가 점하고 있다.

유엔과 국제사법재판소는 모로코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1991년부터 국민총투표를 치르고 서사하라의 독립을 인정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로코는 투표인 명단을 문제 삼아 총투표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모로코 내 서사하라에 대한 차별, 독립운동에 대한 탄압은 더 심해졌다. 라드라는 관광객으로 위장해 다녀온 서사하라에서 실상을 목격했다. 독립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부은 염산에 머리카락을 모두 잃거나 곤봉에 맞아 한쪽 눈을 잃은 여성들을 만났다. 라드라는 “사하라위족 국기를 꺼내거나 4명 이상이 모이면 경찰에 체포될 수 있다”며 “이렇게 엄격한 통제 속에 살게 되면 결국 정체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모로코와 폴리사리오 반군은 2020년부터 전쟁 중이다. 모로코가 세운 2700㎞에 달하는 모래벽을 가운데 두고 매일 폭탄이 오간다. 고트비는 “지난 3년간 매일같이 폭탄이 터졌고 여전히 전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관련 언론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선 모두가 알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했다. 라드라는 “정치인, 언론인 그 누구를 만나도 서사하라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은 답보 상태인 서사하라 분쟁 해결은 “사람들에게 서사하라 자체를 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내년 겨울 사하라위족이 머물고 있는 알제리의 난민 캠프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고트비는 “2000㎞에 달하는 사막을 지나야 하는 만큼 더운 여름만은 피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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