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명절마다 정진상에 1천만원 건넸다”
변호인 “진술 달라져 믿을 수 없다”
편집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정진상 전 당대표실 실장의 재판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정 전 실장은 성남시청과 경기도청에서 일할 때 ‘대장동 일당’에게 각종 사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2억4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대장동 수익 중 일부인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다.(이른바 ‘428억 약정설’)
2010년 성남시장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0억원의 정치자금을 만들기로 했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법정증언이 나왔다.
유 전 본부장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2010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던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이 함께한 술자리에서 “‘이재명이 당선되면 정치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최소 10억원 정도 만들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가) 시장으로 당선되면 내가 개발 사업, 건설 분야에서 일하기로 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실제로 정치자금 10억원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오전 재판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10억 정도의 자금을 만들자 서로 이야기했지만 그때 (실제로) 만들지는 않았다”며 “그런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상에게 명절마다 1천만원 건넸다”
정 전 실장에게 명절마다 1천만원을 뒷돈으로 건넸다는 증언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설과 추석, 2014년 설 명절 무렵 성남시청에 있는 정 전 실장의 사무실로 찾아가 1천만원씩 3차례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이 정 전 실장의 옆자리에 앉아 그의 주머니에 돈을 넣으면 정 전 실장이 돈을 빼서 안쪽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없을 때는 책상 서랍에 직접 돈을 넣었다고도 했다. 그는 2013년 4월 정 전 실장에게 1억원을 건네기로 했으나 돈을 마련하지 못해 9천만원만 주자 정씨가 “돈도 없는 XX들 아니냐”라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이날 법정에서 유 전 본부장은 정 전 실장과 이 대표의 ‘특별한 관계’를 언급했다. 그는 “정 전 실장이 말한 모든 것이 (이재명 대표를 통해) 이뤄졌다”며 “이재명 대표를 만날 때마다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사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사실상 한몸이라고 판단한 것인가”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두 사람을) 경험한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답했다.
정 전 실장의 변호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동규가 지어낸 소설”이라며 “한 사람 인생을 좌우하는 뇌물 사건을 아무런 증거나 기록도 없이 증언 하나로 결정지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유동규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구속 전후, 석방 전후의 진술이 180도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김수남 통해 이재명 사건을 빼줬다”
한편,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2013년 이재명 대표의 수사를 무마해준 적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김만배로부터 ‘수원지검에서 청소용역 업체 관련해 이 대표를 수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김만배씨에게 ‘형이 힘을 좀 써달라, 우리를 빼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어 “김수남(당시 수원지검장) 검찰총장이 그거를 뺐다고 김만배한테서 들었다. 이재명 대표와 김수남 총장이 통화했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청소용역업체 특혜 의혹은 2013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수사를 진행하다 2015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어가 불기소 처분됐다.
이날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김 전 총장은 “수원지검장 재직 당시 RO(지하조직, 청소용역업체 특혜 의혹) 관련 모든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했으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관련 어떠한 청탁도 받은 바 없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시장과 통화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사건을 빼줬다”는 유 전 본부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RO자금줄 관련 사건 수사는 2013년 12월 (내가) 수원지검장을 떠난 뒤에도 계속 된 걸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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