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사이 77% 오른 에코프로에 무슨 일이? [미드나잇 이슈]
올해 초 11만원과 비교하면 599% 껑충
IRA 세부 지침 규정안 공개 등 영향
일각 “주가 과열권…검증 기간 필요하다”
2차전지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가 ‘급등주’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28일 43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11일 종가는 76만9000원을 기록해 2주 사이 77.4%나 올랐다. 올해 초(11만원)와 비교하면 599%나 급등했다. 에코프로 사상 최고가가 연일 경신되면서 개미들의 유입도 늘고 있지만, 증권가는 지나치게 과열된 현 주가 상황을 우려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72만2000원으로 시작된 에코프로 주가는 76만9000원으로 마무리했다. 전날 종가보다 6.51% 오른 수치다. 에코프로는 이날 장 초반 13.57% 올라 82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에코프로 역대 최고가다.
지난달 31일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규정안은 양극판·음극판을 배터리 부품으로 규정하고 양극활 물질 등은 부품으로 포함하지 않도록 했는데, 이는 양극재·음극재의 구성 소재인 양극활 물질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서 가공돼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시장에서 해석됐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IRA 세부 법안 발표로 양극활 물질 기업의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발표된 올해 1분기 실적도 이날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 에코프로의 이날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잠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2.5% 상승한 2조589억원이고 영업이익은 233.2% 상승한 1796억원이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1.7% 떨어졌지만 영업이익은 0.9% 상승했다.
주가가 상승하려면 사고파는 과정에서 매도 물량을 받아내주는 이들이 필요한데 이번엔 개인과 외국인이 그 역할을 했다. 지난 1월2일부터 전날까지의 투자자별 수급 상황을 보면 개인이 219만789주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도 7만5680주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지탱했다. 반면 기관은 225만3054주를 순매도했다.
에코프로 상승세에 여러 이유가 있지만, 단기간 내 비정상적인 급등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하며 “지주회사가 보유 지분가치보다 20% 프리미엄을 받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성장은 굳건하지만 주가는 과열권”이라며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미래 이익을 반영해 당분간 이를 검증할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에코프로의 급등으로 인해 한 자산운용투자일임사가 사실상 ‘에코프로에 투자하지 않아 죄송하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내는 일도 발생했다. 이재완 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 대표는 이날 올해 1분기 고객레터에서 “올해 1월부터 시장에 대한 전망이 틀렸고 시장이 오른다고 해도 크게 오르지 못하고 짧은 기간에 그칠 것으로 생각했는데 1분기 현재까지 주식시장은 생각보다 많이 올라와 있는 등 단기 전망이 이렇게나 틀렸다는 점에서 참 민망스럽다”며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코스닥시장은 15%나 올랐는데, 이중 10% 상승은 단 2개 종목만으로 만들어졌다”며 “시장의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가 말한 2종목은 올해 초부터 급등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으로 추정된다. 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이 굴리는 펀드에 관련 종목들의 편입 비중이 낮아 수익률이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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