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수출부진 우려 반영…IMF, 올해 韓 성장률 4회 연속 하향

이지은 2023. 4. 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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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에서 1.5%로 또 낮춰…OECD·ADB에 소폭 하회
전문가들 "中 경기 회복, 韓 경제 끌어올릴 정도 아냐"
IMF, 세계성장률 0.1%p 낮춰 2.8%…WB 2.0%로 상향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5%로 낮췄다. 지난해 7월 이래 네 차례 연속 하향 조정이다. 세계경제는 ‘험난한 회복 과정’에 있다는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내린 2.8%로 제시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2.9%→2.1%→2.0%→1.7%→1.5%…“최근 수출 반영된 듯”

IMF는 11일(현지시간) ‘2023년 4월호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지난 1월에 비해 0.2% 낮춘 1.5%로 예상했다. 매년 1·4·7·10월 발간하는 세계경제전망은 세계경제와 회원국의 경제성장률을 분석하고 정책 방향을 제언하는 IMF의 대표 보고서다. IMF는 지난해 7월 한국 성장률을 2.9%에서 2.1%로 낮춘 뒤 10월에는 2.0%로 더 내렸고, 올해 1월(1.7%)에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대 성장률을 제시했다. 이번에도 1.5%로 낮추면서 내리 네 번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IMF의 한국경제 전망치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6%)와 아시아개발은행(ADB·1.7%) 등 주요 기관이 내놓은 것보다 어둡다. 한국은행의 2월 전망치(1.6%)보다도 0.1%포인트 낮은 수치이지만,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경제 성장률이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심화 등 영향으로 지난 2월 전망치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는 한국의 성장률을 낮춘 이유가 담기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의 수출 부진에 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 세계경제 변화에 민감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1월에 이어 4월에 업데이트한 자료인 만큼 1분기(1~3월) 수출이 좋지 않았던 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KDI에 따르면 1분기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2.6% 감소했는데, 이중 한국경제의 중추로 여겨지는 반도체는 무려 40%나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가라앉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전망치를 낮게 잡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중국 경기가 일부 회복됐지만 그게 우리 경제를 끌어올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IMF가 1% 초반대까지 내렸다고 해도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IMF, 세계 전망치 2.8%로 내려…WB는 2.0%로 상향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1월 2.9%에서 4월 2.8%로 하향 조정했다. 선진국 그룹 전망치는 0.1%포인트 상승한 1.3%로 예상한 반면,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그룹은 3.9%로 3개월 전보다 1.0%포인트 하락한 결과다. 세계경제 중기성장률(5년 뒤 성장률)은 3.0%로 전망했는데, 이는 보고서가 발간된 1990년 4월 이후 최저치다.

국가별 성장률 전망을 제시한 30개국 가운데 △독일(-0.1%) △일본(1.3%) △인도(5.9%) △브라질(0.9%) 등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망치가 종전보다 낮아졌다. 반면 △미국(1.6%) △영국(-0.3%) △이탈리아(0.7%) △스페인(1.5%), △러시아(0.7%) △멕시코(1.8%) △사우디아라비아(3.1%) 등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중국(5.2%)은 1월 전망이 유지됐다.

IMF는 올해 세계경제 여건을 ‘험난한 회복과정’으로 평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경제분절화, 인플레이션 등 지난해 불안 요인이 해결되지 않은 데다가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크레딧스위스은행(CS) 사태까지 터지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위험요인으로는 높은 공공·민간부채 수준, 신흥국 및 개도국 그룹 중심으로 나타나는 신용 스프레드 상승 등을 제시했다.

IMF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낮아질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통화정책과의 정합성 및 부채 관리를 위해 긴축재정을 권고하는 한편, 생계비 완화를 위한 재정지원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세계은행(WB)은 이날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1.7%에서 2.0%로 상향했다. 데이비스 맬패스 WB 총재는 지난 10일(현지시각) 언론 브리핑을 통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가 경제 전망을 개선시켰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제도 1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같이 제시했다. 다만 최근 은행권의 혼란와 인플레이션, 유가 상승 등은 하반기 경제 성장에 다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은 (jean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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