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 돈 잘 버나 못 버나…‘현금흐름표’에 답이 있다[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기업이나 개인 모두 현금흐름의 중요성이 커졌다. 우리가 경제활동을 하면서 벌어들인 소득으로 생활비를 쓰고 돈이 남아야 안심이 되듯이 기업 또한 사업을 통해 돈을 벌고 어느 정도 남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힘든 시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다. 기업이 돈을 잘 벌고 있는지 여부는 어디서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답은 바로 현금흐름표에 있다. 현금흐름표는 회계 기간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재무제표이다. 기업은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면서 현금 입금과 출금의 종류를 크게 영업, 투자, 재무 활동으로 구분해서 보여준다. 이 세 개의 활동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다. 회사가 사업을 통해 얼마나 벌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익계산서는 1년 동안 발생한 수익과 비용이 표시되는 재무제표로서 기업의 현금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수익과 비용은 입금, 출금 시점이 아닌 거래나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거래처에 외상으로 판매하고 연말까지 대금 회수를 못해도 손익계산서에는 매출로 잡히지만 현금흐름표에는 기록되지 않는다. 또한 현금 지출이 없는 비용인 감가상각비는 회사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지만 현금흐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인해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 간에 차이가 발생한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양(+)의 숫자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쓴 돈보다 번 돈이 많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우리가 소득에서 생활비를 쓰고도 돈이 남으면 좋듯이 기업도 그렇다.
돈을 남겨서 다행이기는 한데 과연 어느 정도 이상으로 버는 것이 좋을까? 개인은 소득에서 생활비를 쓰고 남긴 돈을 모아서 수년간에 내 집 장만을 하고 차와 가전제품 등 고가의 자산들을 취득하기를 희망한다.
이는 기업도 비슷하다. 내 집 장만 대신 이익 증가를 위해 토지와 건물, 기계장치 등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유형자산 투자비 이상으로 버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기업들은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연간 유형자산취득액보다 더 많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이다.
이렇게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투자액(CAPEX)을 차감한 것을 가리켜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이라고 부른다. 즉 사업을 통해 창출한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향후 사업을 위해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유형자산투자액을 쓰고도 남긴 돈을 잉여현금으로 보는 것이다. 기업들은 잉여현금흐름으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차입금도 상환한다. 그래도 돈이 남으면 금융자산에 투자하거나 사내에 유보한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14조원이 넘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창출했는데 유형자산 취득에 19조원이 들어갔다. 즉 돈을 남기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동안 62조원을 벌었는데 유형자산 취득에 49조원이 들어가서 다행히 돈을 남겼다.
올해는 많은 대기업이 적자 또는 이익 축소를 예고하고 있어서 경제가 많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기업의 현금흐름이 얼마나 좋은지 아닌지 확인은 이렇게 현금흐름표로 확인해 보기 바란다.
특히 복잡한 회계기준을 알지 못해서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를 분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몇년 치 현금흐름표를 보면서 회사가 얼마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어느 정도 투자비를 쓴 후 돈을 남기는지 또는 늘 부족한지만 살펴봐도 된다. 회계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이런 분석을 하는 것은 가능하므로 관심 기업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가 있다면 현금흐름표부터 살펴볼 것을 권한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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