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에코 형제’, ‘자이글’도 이글이글…식을 줄 모르는 ‘2차전지주’
미 IRA 세부지침 발표 후 급등
5거래일 연속 상승세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도 ‘껑충’
적외선가열조리기 업체 자이글
2차전지와 얽히자 578% 폭등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지침’ 발표 이후 상승세가 더 가팔라진 2차전지주를 두고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 3월 개미들의 선택은 단연 ‘에코 형제’였다. 11일 경향신문이 삼성증권에 요청해 받은 ‘3월 전체투자자(개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자료를 보면 순매수 1위는 에코프로, 2위는 에코프로비엠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수익률 기준 상위 1%권인 ‘주식 고수’들의 선택도 같았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주식 고수들의 3월 순매수 1위 종목은 마찬가지로 에코프로였다. 그외 포스코홀딩스(2위), 에코엔드림(3위), 에코프로에이치엔(5위), 이엠앤아이(9위) 등 2차전지 관련주들이 상위 10종목 중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차전지와 관련된 종목들의 주가는 전례 없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표적인 2차전지 관련주로 알려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는 3월 이후로 각각 14.02%, 8.03%씩 올랐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100% 넘게 뛴 에코프로(179.64%)를 비롯해 에코프로비엠(84.41%), 엘앤에프(26.75%) 등도 급격히 주가가 올라와 있는 상태다.
에코프로는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주가가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장 초반 82만원까지 급등했다가 전날보다 4만7000원(6.51%) 오른 76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도 전날보다 2000원(0.68%) 오른 29만4500원을 기록하며 동반 상승했다.
적외선가열조리기 제조업체로 알려진 ‘자이글’도 2차전지와 얽히자 지난 3월 이후로 주가가 500% 넘게 폭등했다. 3월2일 종가 기준 4250원에 불과했던 자이글은 이후 578.82% 올라 이날 2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CM파트너의 2차전지 사업부를 인수한 자이글은 지난달 말에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2차전지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격히 뛰었다. 자이글 관계자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은 국내는 물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중국산 수입이 어려워진 미국 및 유럽 등에서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 관련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주의 상승 랠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IRA 전기차 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세부지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된 세부지침에 따르면 북미에서 생산될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은 배터리 부품을 북미 현지에서 50% 이상 조달해야 한다. 또 핵심 광물을 북미 및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50% 생산해야만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특히 광물 조달 요건의 경우 ‘구성 재료’ 개념이 도입되면서 원료 수급 조건이 종전보다 완화됐다. 초기 IRA 안에는 중국, 러시아 등 ‘우려국가’에서 원재료를 수입한 경우 세제 혜택에서 배제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번 지침에서는 우려국가에서 생산된 원료라도 북미·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이를 구성 재료로 삼아 제조할 경우 원산지 기준도 제조지로 인정해주도록 했다. 따라서 중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한국에서 소재를 생산하더라도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면서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보게 됐다. 에코프로는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 규정안이 발표된 후 경북 포항에 1000명을 신규 고용하는 2조원대 공장 증설에 나섰다.
11일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도 실적 발표를 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796억원(233.2%), 1073억원(161.3%) 올랐다고 잠정 집계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 평균인 1976억, 1137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에코프로 그룹주는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가가 과열됐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연일 상승세를 기록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3월까지 유럽 CRMA, 미국 IRA세부법안이 발표되며 대부분의 단기적인 이벤트들은 소멸했다”면서도 “성장하는 2차전지 산업에서 국내 업체들은 지속적인 고객사 확장 및 공급계약 공시에 대한 기대감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익 규모 대비 주가 과열” 경고
“시장 독주할 것이라는 착각 위험”
지나친 기대감에 우려 목소리도
현재 주가 수준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에코프로)가 보유 지분가치보다 20% 프리미엄을 받는 이상한 상황”이라며 “현 주가는 적정가격보다 20%나 비싼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의견을 하향한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JP모건을 비롯한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규모와 비교해 주가가 과열된 것으로 판단하며 목표주가로 12만~13만원선을 제시하기도 했다.
2차전지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부지침 발표는 타국에도 마찬가지로 호재이기 때문에 이번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독주할 것이라는 착각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최근 테슬라가 사용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하는 등 향후 2차전지 업계를 선도할 2차전지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후발 주자에 불과하다”고도 말했다.
LFP 배터리는 국내 3사가 생산하고 있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 거리는 짧지만 제작 단가가 낮고 충전 속도가 빠르며 상대적으로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테슬라는 지난 6일(현지시간) 장기사업계획인 ‘마스터플랜 파트3’ 전문을 공개하면서 자사 대형 전기트럭인 세미 라이트와 소형 전기차, 테슬라 모델3과 모델Y 등 중형 전기차에도 LFP 배터리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IRA 규정이 정착되는 추이를 지켜보면서 2차전지 산업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IRA 세부안 발표에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와 해외우려기업(FEOC) 내용이 부재했다”면서 “북미 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은 중국 닝더스다이(CATL) 배터리를 우회적인 방법으로 도입을 검토 중인데 향후 FEOC 관련 규정이 국내 배터리 및 소재 업체에 매우 중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남인호 중앙대학교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도 “원료 산지 규제가 완화됐다지만 향후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원료 문제는 재점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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