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떠나는 노인들…탈성매매 조례 ‘사각지대’
[KBS 창원] [앵커]
창원 서성동 집결지 문화공원 사업 속보 이어갑니다.
문화공원 사업의 큰 취지 가운데 하나는, 불법 성매매를 근절하고 종사 여성들에게 새 삶을 열어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지원 조례까지 만들어졌지만, 정작 지원을 받은 여성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고령 여성들은 지원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 최진석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관절염 탓에 심하게 굽은 발가락 마디, 70대 여성 A씨는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서 50대 후반부터 성매매를 했습니다.
지금은 성매매를 하지 않지만, 다른 곳보다 저렴한 월세에 이곳에 계속 머무르고 있습니다.
[A씨/서성동 집결지 거주 여성/음성변조 : "(저는) 국민(초등)학교 1학년도 못 갔습니다. 저는. 요새 공부 많이 한 사람 보면 부러워. 너무 내가 부러워."]
빨간 등이 켜진 비좁은 방.
화장실조차 없는 이곳에 70대 여성 B씨가 홀로 살고 있습니다.
사회 적응이 어려웠던 B씨는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B씨/서성동 집결지 거주 여성/음성변조 : "술 취한 사람들 와서 말 걸면 무섭지. 여건이 안 따라주니까 (못 그만둬요.)"]
창원시는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추진하며, 2020년 7월, '탈성매매 지원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생계와 주거, 직업 훈련비 등 최대 2,200만 원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집결지 뒷골목에서 성매매를 하던 고령의 여성 10여 명은 아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다른 법에 따라 지원을 받게 되면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한 조례 조항 때문이었습니다.
설령, 지원 대상이 된다고 해도, 단기간 직업 훈련 위주인 지원이 고령의 여성들에게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신정/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장 : "자활을 위한 직업 훈련계획도 (지원 대상) 심의를 위한 선정위원회에 들어가야 하는데, 고령 여성의 경우에는 새로운 직업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
2021년 기준 서성동에 남아있던 성매매 종사 여성은 80여 명.
이 가운데 창원시 자립 지원을 받은 여성은 10여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여성들이 탈성매매에 성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
최진석 기자 (cjs@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제보영상] 강릉 산불 강풍에 급속도로 확산…주민 대피령
- [영상] 강릉 산불에 문화재 초비상…“경포대를 지켜라”
- [현장영상] ‘술 취해 경찰 폭행’ 예비검사 선고유예…법무부 “검사 임용 안 한다”
- ‘곽상도 부자 50억 수수’ 본격 재수사…호반건설 압수수색
- 남한 지도 펼쳐놓고 핵무력 위협…태양절 도발 가능성은?
- ‘용산’ 도감청 의혹, ‘여당’ 전현직 외통위원장 이렇게 봤다
- [영상] ‘쿵!’ 하는 순간 달려갔다…심폐소생술로 시민 구한 새내기 경찰
- “용산 도감청 의혹은 거짓”…남는 의문은?
- 나도 모르게 먹는 ‘퐁당 마약’, 법도 퐁당퐁당
- “신경쓰지마” 외치고 사라진 그들…경찰청장 “늑장 보고 확인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