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맡기고 쉬라는 정부…현실은 “다른 데 가보세요”
[KBS 전주] [기자]
치매는 환자뿐 아니라 돌보는 가족의 삶마저 옥죄는 질병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치매 환자 가족을 돕겠다며 2014년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치매 가족 휴가제'는 이름처럼 간병에 지친 가족이 마음 놓고 쉬도록, 연간 최대 9일 동안은 정부가 환자를 대신 맡아 돌봐주는 서비스입니다.
전북엔 이 제도를 통해 치매 환자를 맡길 수 있는 단기 보호시설이 모두 13곳 등록돼 있습니다.
전북의 추정 치매 환자가 4만 8천 명인 걸 고려하면 터무니 없이 적은 숫자이지만, 운영 실태는 더 심각합니다.
KBS 취재 결과, 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정부에 명단이 제출된 전북의 보호시설 중 실제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 밖에 없었습니다.
[리포트]
전주에 있는 한 복지센터, '치매 가족 휴가제' 서비스를 한다고 등록된 곳입니다.
치매 환자를 맡길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A 복지센터/음성변조 : "단기 보호 말씀이신가 보죠? 지금은 운영을 못 하고 있는데. 인력이 별도로 채용되고 해야 해서."]
또 다른 곳, 역시 별다른 이유 없이 거절합니다.
[B 복지센터/음성변조 : "주간 보호 다니실 거면 해드리겠는데, 안 다니고 잠만 주무실 거면 못할 거 같다고 하시네요."]
전라북도에서 치매 가족 휴가제 단기 보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13개 시설 모든 곳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C 복지센터/음성변조 : "치매 가족 휴가제요? 그게 뭐죠?"]
[D 복지센터/음성변조 : "어르신을 며칠 좀 그 기간에 모시고 싶으신 거죠? 저희는 해당이 안 되거든요."]
단 한 곳만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답합니다.
[E 복지센터/음성변조 : "내일이나 모레부터는 가능할 거 같은데. 보호자가 여행을 간다든지, 입원한다든지 하면 그때 저희한테 의뢰하거든요."]
한 복지시설 관계자는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불과 며칠 머무르는 이용자를 위해 시설을 늘리고 사람을 고용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무리한 정책이란 지적입니다.
[노인 복지시설 관계자/음성변조 : "아무래도 요양보호사 구인난도 있고. 그 한 분 때문에 인력을 거기에 또 투입한다는 게 수지에 맞지 않아서."]
있으나 마나 한 제도란 비판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내집 근처에 기관이 있느냐 하는 문제도 있을 것이고, 홍보가 제대로 됐는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을 겁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치매 가족 휴가제' 단기보호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8백여 명.
전체 대상자 대비 이용률은 0.13%에 불과했습니다.
전북에선 지난해 단 한 명도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그래픽:전현정·박유정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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