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 ‘비정규직’·민간 위탁 95%…‘저임금·고용불안’ 시달리는 돌봄노동자들

김세훈 기자 2023. 4. 1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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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 인력 턱없이 부족
요양보호사 혼자 10명 돌봐
집안일 떠안는 방문요양사
어르신 사정 생기면 ‘해고’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조길순씨는 노인요양시설에서 3교대로 일한다. 한 달에 7~8일은 야간 근무를 한다. 주간에는 어르신 10명, 야간근무 중에는 20명을 한 번에 돌본다. 휴게실이 따로 없어 찬 바닥에 매트를 깔고 짬을 내서 쉰다. 10년을 일하면서 근골격계질환을 달고 살았지만 회사 눈치가 보여 유급병가를 내지 못했다. 조씨는 “어르신들의 일상생활을 돌보는 것을 넘어 그들의 외로움을 덜어드리고 싶지만 현장에서는 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참여연대는 1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돌봄노동자 증언대회를 열고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돌봄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나 돌봄노동은 업무환경이 열악한 ‘3D 업종’으로 분류돼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정부와 국회에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실태조사 결과 돌봄노동자 10명 중 9명이 비정규직이었으며 공공의 영역이어야 할 돌봄서비스의 95%가 민간기관에 위탁돼 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면서 “노동자들의 희생과 착취로 유지되는 돌봄 정책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18년부터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해온 이미영씨는 “김장하기, 창문닦이, 어르신 아들 방 청소 등 어르신 돌봄 업무 외의 일까지도 모두 떠맡아야 했다”며 “노동자가 센터에 이를 항의하더라도 센터는 오히려 업무 태도를 문제 삼아 해고를 통보하기 일쑤”라고 했다. 이씨는 “성실히 근무해도 어르신들에게 사정이 생기면 하루아침에 해고될 수 있다”면서 “만 3년 근속자에게 주는 장기근속장려금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돌봄노동 특성상 시간 외 근무가 빈번한데도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문인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연장근로를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박지아 변호사는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은 거의 매일 연장근로를 하는데 추가 노동에 대해서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장은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코로나 대응 등 공적 돌봄의 역할을 해온 사회서비스원의 예산을 142억원 삭감했다. 생활임금에 겨우 맞춘 임금을 받는 노동자를 ‘귀족노동자’라고 한다”며 “그 여파로 직원들이 고용불안을 느끼고 올해만 25명 넘게 퇴사했다. 돌봄서비스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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