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워싱턴의 4월 봄날에 취하지 말라[오늘과 내일/이승헌]
이승헌 부국장 2023. 4. 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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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워싱턴은 사람을 들뜨게 한다.
하지만 특파원 시절부터 10여 년 워싱턴을 관찰해 온 필자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게 미국의 원형질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 윤 대통령이 워싱턴 한복판에서 "미국은 형제이니 달라야 한다"고 외쳐야 할까.
4월의 워싱턴이 윤 대통령에게 잔인한 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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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 도전 바이든, 트럼프 이상 美 중심주의
국빈 환대와 별개로 논쟁해서라도 성과내야
국빈 환대와 별개로 논쟁해서라도 성과내야
4월의 워싱턴은 사람을 들뜨게 한다. 백악관 주변의 벚꽃도 절정이다. 원래 살던 사람도 설레는데, 나라의 손님으로 이곳을 찾는다면 말할 것도 없다.
봄의 도시,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이 어느덧 2주 앞으로 다가왔다. 12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인 만큼 요새 윤석열 대통령의 신경은 온통 방미 준비에 쏠려 있다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열린다. 어느 때보다 낭만적이고 화려한 표현이 넘쳐날 것이다. 지난해 5월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뛰어넘는 새로운 관계가 발표될 수 있다. 한미 양국이 애용한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의 ‘(한미 간에) 한 치의 빛 샐 틈이 없다(no daylight)’를 대체할 캐치프레이즈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한미 간의 당면 이슈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북핵에 대비한 실질적 확장억제 방안, 우리 기업을 압박하는 인플레이션완화법(IRA)과 반도체법의 디테일을 놓고 어느 때보다 서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핵우산을 제대로 펼지 모르는데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은 안 된다고 한다. 반도체 보조금 지원 조건을 보면 우리가 알던 미국이 맞나 싶기도 하다.
회담을 해봐야겠지만 지금 조 바이든 행정부를 보면 윤 대통령이 12년 만의 국빈 방문에 걸맞은 수준으로 두 이슈에 대한 성과를 챙길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으로부터 강제징용 해법에 상응하는 호의적 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윤 대통령은 미국에서 반전을 노릴 것이다. 그러나 내년 대선에 출마키로 한 바이든이 노동자 표를 잃어가며 IRA나 반도체법에서 한국 편을 넉넉하게 들어줄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런 미국을 보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탓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업가 출신 대통령이 만든 ‘아메리카 퍼스트’가 바이든까지 이어져서 한국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파원 시절부터 10여 년 워싱턴을 관찰해 온 필자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게 미국의 원형질이라고 생각한다. 인디언을 몰아내고 피의 내전을 치러가며 지금의 USA를 만든 미국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나라다. ‘세계의 경찰’ 역할을 그만두고 중국과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는 패권 국가로서의 욕망을 더 이상 감추지 않는다. 미 정보당국의 한국 등 우방국에 대한 감청 스캔들도 이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이 시점에 윤 대통령이 워싱턴 한복판에서 “미국은 형제이니 달라야 한다”고 외쳐야 할까. 그보다는 한미동맹 70주년 행사와 국빈 환대와는 별개로 회담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윤 대통령이 존 미어샤이머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의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를 방미 전 일감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세력 균형을 넘어 패권을 노리는 국가의 속성을 규정한 것으로, 현시점에서 국제 정치 질서와 미국의 세계관을 이것 이상 설명하는 이론은 없다.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다. 영화 남한산성(2017년)에서 최명길 역의 이병헌이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고,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해 못할 짓이 없다”고 한 대사와도 일맥상통한다. 공교롭게 미어샤이머는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이니 김 차장이 전문가다. 4월의 워싱턴이 윤 대통령에게 잔인한 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봄의 도시,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이 어느덧 2주 앞으로 다가왔다. 12년 만의 미국 국빈 방문인 만큼 요새 윤석열 대통령의 신경은 온통 방미 준비에 쏠려 있다고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열린다. 어느 때보다 낭만적이고 화려한 표현이 넘쳐날 것이다. 지난해 5월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뛰어넘는 새로운 관계가 발표될 수 있다. 한미 양국이 애용한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의 ‘(한미 간에) 한 치의 빛 샐 틈이 없다(no daylight)’를 대체할 캐치프레이즈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한미 간의 당면 이슈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북핵에 대비한 실질적 확장억제 방안, 우리 기업을 압박하는 인플레이션완화법(IRA)과 반도체법의 디테일을 놓고 어느 때보다 서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핵우산을 제대로 펼지 모르는데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은 안 된다고 한다. 반도체 보조금 지원 조건을 보면 우리가 알던 미국이 맞나 싶기도 하다.
회담을 해봐야겠지만 지금 조 바이든 행정부를 보면 윤 대통령이 12년 만의 국빈 방문에 걸맞은 수준으로 두 이슈에 대한 성과를 챙길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으로부터 강제징용 해법에 상응하는 호의적 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윤 대통령은 미국에서 반전을 노릴 것이다. 그러나 내년 대선에 출마키로 한 바이든이 노동자 표를 잃어가며 IRA나 반도체법에서 한국 편을 넉넉하게 들어줄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런 미국을 보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탓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업가 출신 대통령이 만든 ‘아메리카 퍼스트’가 바이든까지 이어져서 한국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파원 시절부터 10여 년 워싱턴을 관찰해 온 필자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게 미국의 원형질이라고 생각한다. 인디언을 몰아내고 피의 내전을 치러가며 지금의 USA를 만든 미국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나라다. ‘세계의 경찰’ 역할을 그만두고 중국과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는 패권 국가로서의 욕망을 더 이상 감추지 않는다. 미 정보당국의 한국 등 우방국에 대한 감청 스캔들도 이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이 시점에 윤 대통령이 워싱턴 한복판에서 “미국은 형제이니 달라야 한다”고 외쳐야 할까. 그보다는 한미동맹 70주년 행사와 국빈 환대와는 별개로 회담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윤 대통령이 존 미어샤이머 미 시카고대 석좌교수의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를 방미 전 일감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세력 균형을 넘어 패권을 노리는 국가의 속성을 규정한 것으로, 현시점에서 국제 정치 질서와 미국의 세계관을 이것 이상 설명하는 이론은 없다.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다. 영화 남한산성(2017년)에서 최명길 역의 이병헌이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못할 짓이 없고, 약한 자 또한 살아남기 위해 못할 짓이 없다”고 한 대사와도 일맥상통한다. 공교롭게 미어샤이머는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이니 김 차장이 전문가다. 4월의 워싱턴이 윤 대통령에게 잔인한 봄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승헌 부국장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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