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당정 ‘부실’ 중재안에…야 “13일 원안 처리”
간호협회 “간담회서 일방 통보” 반발…의사협회 긍정 검토
민주당 “시간끌기용에 불과”…윤 대통령 거부권 여부 주목
국민의힘과 정부가 11일 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한 간호법 제정안,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중재안을 제시했다. 간호 행위 영역에서 ‘지역사회’ 규정을 삭제하고, 간호사 업무 내용은 기존 의료법에 존치하자는 내용이다.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의사 면허 취소 해당 범죄를 금고 이상 형을 받은 ‘모든 범죄’에서 ‘의료 관련 범죄, 성범죄, 강력 범죄’로 축소하는 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중재안을 ‘시간끌기용’으로 보고, 13일 본회의에서 애초 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를 마친 뒤 브리핑을 갖고 “오늘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당정이 중재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당정이 제시한 중재안은 간호법 제정안의 명칭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으로 변경하고,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업무 관련 내용은 기존 의료법에 존치하는 것이 골자다. 간호인력 및 간호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 법률로 규정하겠다는 당초 간호법 발의 취지와는 차이를 보이는 내용이다.
박 의장은 “기존 법안의 1조(‘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 목적 부분에 있는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는 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간호단체는 지역 내 돌봄 및 채혈 등 간단한 의료활동 수요가 갈수록 늘어가는데 현행 의료법은 간호사의 이 같은 업무를 불법으로 볼 여지가 있어 ‘지역사회’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단체는 이 조항이 간호사가 지역에서 의사의 지도 없이 의료행위에 나서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당정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선 의사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범죄를 ‘의료 관련 범죄, 성범죄, 강력 범죄’로 축소하도록 제안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선고유예 포함)을 받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폭넓게 규정한다.
중재안에 유관 단체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은 긍정 검토 내지 수용 의사를 보인 반면 간호협회는 반발했다. 간담회 현장에서 고성도 오갔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사람만 모아놓고 회의했다”며 간담회 도중 자리를 떠났다. 간호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일방적으로 결정된 사항을 통보하고 회원들을 설득해오라고 강요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중재안을 시간끌기용으로 규정하고 ‘원칙 처리’ 입장을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의장이 모레(13일) 본회의를 통해 이 법안들을 처리할 일만 남았다”면서 “제정 간호법이 아닌 ‘의료법 안에 일부 조항으로 반영하면 안 되겠냐’라든가 ‘간호사 처우 개선’과 같은 법의 성격으로 아주 축소한다든가 하는 것은 결코 저희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의료법 중재안에 대해서는 의사단체가 공공의대 설치나 의사정원 확대에 동의하는 등 기득권 내려놓기를 수용한다면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간호법 제정안이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이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당정이 중재안을 낸 것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대한간호협회를 찾아 “간호법 제정이라는 숙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거부권 행사 시 ‘약속을 파기했다’는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 의료법 개정안은 국민 지지가 높다. 거부권 행사 시 여론을 무시하고 의사단체 편을 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조문희·신주영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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