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으로... ‘농구천재’ 아버지 뛰어넘는다
1988년 서울올림픽 농구 준결승. 최강 아마추어 팀을 꾸렸다는 미국이 소련과 맞붙었다. 필승을 다짐하던 미국을 침몰시킨 소련 주포는 아비다스 사보니스(59·현 리투아니아). 220㎝ 키에 부드러운 슛 터치와 유려한 패스를 뽐낸 당시 세계 최강 센터였다. 이때 패배 충격은 미국이 4년 뒤 프로 선수들을 다 불러들여 ‘드림팀’을 결성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올 시즌 미 프로농구(NBA) 새크라멘토 킹스. 리투아니아 출신 파워포워드가 활약하면서 팀을 17년 만에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2016년 데뷔한 도만타스 사보니스(27). 아비다스의 아들이다. 도만타스는 10년 넘게 하위권에 머무르던 킹스를 올 시즌 서부 콘퍼런스 3위까지 끌어올리는 데 핵심 엔진 역할을 했다. 경기당 19.1점 12.3리바운드 7.3어시스트. 공헌도 팀 내 1위다. 지난달 30일 밤 킹스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를 120대80으로 꺾으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자 홈구장 골든원센터 앞에서는 ‘도만타스! 도만타스!’라는 구호가 계속 울려 퍼졌다. 미 4대 프로스포츠(야구·미식축구·농구·아이스하키) 팀 중 가장 오랫동안 플레이오프 가뭄을 겪던 킹스에 도만타스는 호우(好雨) 같은 존재였다.
도만타스의 우상은 물론 아버지다. 아버지는 전성기 ‘무적 센터’로 이름을 날렸다. 1986년 NBA에 1라운드 24위로 지명되기도 했지만 냉전 시대 여론(소련 선수)과 부상 탓에 입단은 1995년 31세에 이뤄졌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한번도 농구를 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아들은 운명을 받아들이듯 국민적 영웅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농구 선수가 됐다. 도만타스는 211㎝로 아버지보다는 작지만 더 민첩하다. 아버지로부터 패스 감각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평을 받으며 ‘리그에서 가장 똑똑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타고난 천재’로 통하던 아버지와 달리 도만타스는 ‘대기만성’형으로 분류된다. 2016년 데뷔 시즌엔 평균 5.9득점 3.6리바운드에 그쳤으나 점차 성적을 끌어올렸다. 인디애나 페이서스로 옮긴 뒤 올스타에 2번(2019~2020·2020~2021시즌) 선정되면서 재능이 만개했다. 지난 시즌 킹스로 다시 이적, 올 시즌 또 올스타에 선정됐다. 이미 아버지 시즌 최고 성적(16.0득점 10.0리바운드)은 뛰어넘었다. 올 시즌 연봉은 1850만달러(약 245억원).
“농구 인생 내내 ‘아버지보다 못하네’라는 말을 들어 왔습니다. 처음엔 화났지만, 지금은 오히려 고마워요. 그 말이 없었다면 저는 여기 없었을 테니까요.” 도만타스는 오는 16일 전년도 우승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플레이오프 1라운드 1차전에 나선다. “새크라멘토 팬들 덕분에 나설 수 있는 플레이오프입니다. 실망시키진 않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박빙 속 워리어스의 근소한 우세를 점치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군사지원 중단? 우크라 수개월내 원자탄 개발 가능”
- “수능 이틀 전 혈액암 진단 받아”…병원서 시험 치르는 수험생의 기적
- 여행·휴식보다 ‘이것’ 먼저…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일 물었더니
- 허위사실 공표 혐의 허종식 의원, 항소심 첫 재판서 “허위 글 아니다”
- 공직선거법 위반 박남서 경북 영주시장…항소심도 당선무효형
- 대한항공, 성폭력 가해자 징계없이 퇴사시켜…대법 “회사가 배상해야”
- 여대 학생회에 “패도 돼?” 댓글 남긴 주짓수 선수… 결국 사과
- 尹, 러·북 군사 협력에 “중국도 책임 있는 역할 다해달라”
- Supercomputer Project Delayed: South Korea faces challenges in AI chip race
- “엔비디아 주주였는데…” 젠슨 황에 고개 숙인 손정의,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