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 경로 안정 확인 안 돼…아직 금리 인하 고려할 단계 아냐”
‘동결 찬성’ 금통위원 중 5명
“3.75% 갈 가능성 열어둬야”
환율 상승·외환시장 불안에
“금리 통해 반응할 필요 없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아직 금리 인하를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기 둔화, 금융 불안 우려가 확산하면서 시장에서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자 시장의 인식이 “과도하다”고 제동을 건 것이다.
이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가 (한은) 중장기목표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 인하 논의를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가가 조만간 3%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국제유가 흐름과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금통위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중 3.5% 수준을 보일 것으로 판단했지만 기조적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3.0%)를 다소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상반기 물가 경로는 확신이 있는데 하반기 불확실성이 많아서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 언급은 부적절하다”며 “금통위원들의 견해를 말씀드리면 금리 인하를 아직 고려할 단계가 아니며, 물가 불안 요인이나 이런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총재가 밝힌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간의 기준금리 전망치를 보면 금통위 의장인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이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보고 있다. 1명의 위원만 3.5%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을 종료해야 한다고 봤다.
시장과 한은의 인식차는 하반기 경기 전망이 엇갈리는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는 한은 예상보다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경기 불확실성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보기술(IT) 경기가 우리 성장률을 굉장히 낮추고 있는데, IT를 제외한 다른 성장률은 견고한 편”이라며 “IT 경기가 늦게 회복되더라도 다른 부분 성장이 유지되면 그것이 금리로 대응할 상황인지는 시장도 판단을 잘하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환율상승 등 외환시장 불안에 대해서는 “금리를 통해 반응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단 변동성이 클 경우에는 금리뿐 아니라 여러 다른 정책을 통해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혹시 금융 불안이 나타나더라도 다른 조치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무역수지도 환율 결정의 중요 요인이지만 주요국 통화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긴축이 지속될지 아닐지도 환율에 크게 미치는 영향이 있어 한 방향을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가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어조로 시장의 연내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당국은 강력하게 기준금리 인상 종료 후 인하 기대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며 “현재의 물가 및 경기 전망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8월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하거나 인하 시기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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