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 해안가까지 덮친 산불 '8시간 사투'…특별재난지역 건의(종합)
주택, 펜션 등 70여채 전소, 부분 소실
화염과 불길 치솟으면서 전쟁터 방불
80대 주민 숨지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
삶의 터전 잃은 주민들 '망연자실'
강풍에 나무 쓰러지면서 전선 단선이 원인 추정
불은 이날 오전 8시 22분쯤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발생했다. 당시 강원 동해안 지역에는 건조경보와 강풍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불은 초속 30m 안팎의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졌다. 산림과 인근 주택, 펜션 등을 순식 간에 집어삼키고 발생 8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주불이 잡혔다.
태풍급 바람타고 빠르게 확산…전쟁터 방불
산불이 지나가면서 인근 민가와 펜션 등에 불이 옮겨붙기 시작했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자 강릉시는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불이 바람을 타고 해안가인 경포 일대까지 번지면서 인근에 있는 주택과 펜션, 모텔 등 숙박시설까지 순식 간에 짚어 삼켜 피해는 더욱 컸다.
주택과 펜션, 상가 등 곳곳에서 건물이 불에 타자 주민들은 양동이와 바가지 등을 동원해 대응에 나서기도 했지만 무섭게 확산하는 화마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동시다발적으로 곳곳에 불이 붙으면서 소방력도 한계에 부딪히는 모습이다. 산불로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발생하지 연기가 많이 경포로 가는 도로 일대를 우회시키고 있다. 말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산림, 민가 막대한 피해…80대 주민 1명 숨져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안현동 한 주택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주민 중 1명은 대피 중 2도 화상을, 진화대원 2명도 가슴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일부 주민 10여 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강풍에 헬기 투입도 못해…단비 내리면서 진화에 속도
산림당국은 산불 현장 인근에 진화헬기를 배치했지만 강한 바람에 투입이 불가했다. 이처럼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진화에 난항을 겪었고 불은 해안가까지 확산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바람이 다소 잦아들면서 헬기 4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고, 오후 3시 30분쯤 단비와 같은 소나기가 내리면서 진화에 속도를 냈다. 이에 꺼지지 않을 것 같았던 불길이 급격히 잡히면서 오후 4시 30분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산림당국은 진화가 완료됨에 따라 잔불정리와 뒷불감시에 나서는 한편 정확한 피해면적과 규모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전선 단선이 원인 추정
현재까지 파악된 조사내용은 강한 바람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단선시켰고, 그 결과 전기불꽃이 발생하여 산불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정황은 현장에 단선된 전선과 발화지점이 일치하고, 또 지역 주민들도 비슷한 시간에 정전이 발생하다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경찰은 단선된 전선을 증거물로 수집해고 현장 보존을 위해 출입금지 조치했다. 산림청은 조사 결과에 따라 산불 원인 제공자에게 산림보호법에 따른 형사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삶의 터전 '잿더미'…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
11일 오전 발생한 강릉 산불이 강풍을 타고 민가로 번지면서 하루 아침에 이재민으로 전락한 주민들은 대피소가 차려진 강릉아레나에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었다.
곽금자(81) 할머니는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누가 찾아 왔는 줄 알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눈 앞에는 시뻘건 불이 타오르고 있는 대나무 밭이 서 있었다. 곽 할머니는 "허리 수술을 해서 잘 걷지도 못하고, 놀라서 눈 앞은 캄캄해지고…그런 와중에 논을 가로 질러 제방을 지나 이리(대피소)로 왔지. 너무 무서웠어"라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우 집(82) 할아버지도 빨리 대피하라는 친척들의 전화를 받고 집에서 서둘러 몸만 빠져 나왔다. 그는 "산에서 불이 집 쪽으로 오는 걸 보면서 대피했는데, 겁이 나서 걸음도 제대로 걸어지지 않는 거야. 나중에 뒤 돌아보니 집은 벌써 연기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어, 그동안 살아온 보금자리가 타는 것을 보니…"라며 말을 흐렸다.
쑥대밭이 된 경포 인근의 상인들은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검은 연기가 주변을 덮으면서 경포 일대가 순식 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렇게 바닷가까지 확산한 산불은 처음 본다"며 "불길이 상가로 다가오면서 아무생각 없이 대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뜨거운 열기가 온 몸에 전해지면서 정말 공포스럽기까지 했다"고 망연자실했다.
이날 산불 현장을 찾은 김진태 강원지사는 "마지막까지 불을 다 진압하고, 재산 피해를 더 확실하게 조사해 특별재난지역에 포함되도록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성동 국회의원 역시 "재난지역 선포와 관련해 아침에 행정안전부 관계자와 통화했고, 피해 규모로 봐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지사, 시장과 협조해서 반드시 선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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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영동CBS 전영래 기자 jgamj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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