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아 멀미해요, 관 천천히” 엄마는 마지막까지 딸 인형 놓지 못했다

“승아야 네가 먼저 가면 어떡하니. 엄마는 어찌 살라고. 안 돼!”

11일 오전 8시 30분 대전 서구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고(故) 배승아(9)양의 발인식이 열렸다. 승아양은 지난 8일 오후 대전 서구 한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인도를 걷다 갑자기 덮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졌다.

사흘 전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9) 양의 가족들이 배양의 유골함을 봉안당에 봉안하고 있다. 배양 어머니는 봉안당 유리를 잡고 오열하고 있다. 2023.4.11/연합뉴스

승아양 어머니(50)는 딸의 영정 사진을 보며 흐느꼈다. 어머니는 딸이 어릴 적부터 갖고 놀던, 딸의 체취가 남아있는 베이지색 돼지 인형을 가슴에 꽉 끌어안고 있었다. 승아양은 남매를 키우기 위해 바빴던 엄마를 위로한다며 틈틈이 유튜브를 보고 개인기를 연습해 엄마를 웃게 하던 딸이었다고 한다. 사고 당일 승아는 친구들과 집 근처 생활용품점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사고 발생 15분 전 “친구들과 조금 더 놀다 들어가겠다”고 전화한 것이 엄마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승아양 오빠(26)는 빈소 한쪽 구석에 앉아 멍하니 동생의 사진을 보다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배양의 오빠는 “다음 달 생일을 앞둔 승아가 침대를 갖는 게 소원이라고 해 사주려 했는데 끝내 못하게 돼 한(恨)으로 남는다”고 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 스쿨존에서 만취운전자 차량에 치여 숨진 배승아(9) 양의 발인식이 열린 11일 오전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배 양의 어머니가 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인형을 품에 끌어안은 채 흐느끼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과 친지, 지인 등 20여 명이 승아양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친지들이 찬송가를 부르는 내내 어머니는 눈물만 뚝뚝 흘리다가 힘겨운 듯 아들 손을 붙잡고 간신히 버텼다. 이어 오빠가 승아양 영정 사진을 들고 운구차로 향하자 참석자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딸의 관이 장례 차량으로 운구되는 동안 어머니는 “우리 딸 어떡해” “어쩌면 좋아” “우리 딸 멀미해요. 천천히 똑바로 들어 주세요”라며 목 놓아 울었다. 운구차에 딸의 관이 실릴 때 어머니는 “안 돼! 안 돼!”라고 절규했다. 운구차에 한동안 오르지 못하고 가쁜 숨을 내쉬던 어머니는 가슴에 여전히 딸의 손때가 묻은 인형을 품고 있었다. 승아양의 시신은 화장(火葬)을 한 후 대전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어머니는 손으로 유골함 유리문을 하염없이 쓰다듬으며 “엄마 다시 올게. 매일 올게. 건강하게 또 올게. 사랑해”라며 오열했다. 장례를 마친 유족은 “가해자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제2의 승아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처벌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음주 운전으로 승아양을 숨지게 하고 다른 어린이 3명을 다치게 해 구속된 전직 공무원 A(66)씨는 사고 당일 대전 중구 태평동 한 노인복지관 구내식당에서 지인들과 만나 소주 1병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지인들과 헤어져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 알코올농도 0.108% 상태로 사고 지점까지 5.3㎞가량 승용차를 몰다 사고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