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급 강풍에 순식간에 확산…“겨우 옷만 챙겨 입고”
[앵커]
안녕하십니까?
특집 kbs 9시뉴스입니다.
비 한 방울, 손길 한 번이 간절한 하루였습니다.
강릉의 한 야산에서 시작된 불은 8시간이 지나 겨우 잡혔지만 건조하고 강한 바람을 타고 해안가로 번져 주변 상가와 주택들이 피해를 봤고, 주민과 관광객 수백 명이 급히 몸을 피했습니다.
먼저 긴박했던 당시 상황, 정면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바닷가 인근 마을 전체가 시뻘건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경찰관이 연기를 뚫고 급하게 뛰어다니고, 혹시 사람이 있는지 연신 주택 문을 두드립니다.
겨우 옷만 챙겨 입고, 순찰차를 타고 대피합니다.
[경찰관 : "지금 양쪽이 고립됐어요. 얼른 나오셔야 돼요."]
오전 9시 43분, 소방청은 최고 대응 수위인 3단계를 올해 들어 처음 발령했습니다.
최초 119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1시간 10여 분 만입니다.
도로변으로 몸을 피한 주민들은 혹시 집으로 불이 옮겨붙지는 않을까, 발만 동동 구릅니다.
[최분자/마을 주민 : "우리 마당에 가서 끄라고 그 주변을. 저거 봐 저기로 막 번져 어떡해. 아이고 난 몰라 어떡해..."]
오전 10시 30분, 불이 빠르게 번져 말그대로 대형산불이 되면서 산림청도 산불 3단계를 발령했습니다.
순간최대풍속 초속 30미터 안팎의 태풍과 맞먹는 위력의 강풍에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워낙 바람이 거세다 보니 이런 불씨가 강풍을 타고 여기저기로 옮겨붙었습니다.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여 볼까 연신 물을 뿌려도 봤지만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불길이 번지면서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성호/마을 주민 : "순식간에 불과 20분. 내가 혹시나 해서 미리 호스로 여기 물을 다 뿌려놨는데요. 그런데, 순식간에 넘어오는 거 어쩔 수 없더라고요."]
이번 산불로 불에 탄 주택 안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주민 등 10여 명이 연기를 마셔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평온했던 화요일 오전, 갑작스레 닥친 화마에 애써 가꾼 삶의 터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KBS 뉴스 정면구입니다.
촬영기자:김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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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구 기자 (n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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