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불 바싹 마른 땅에 태풍급 ‘양간지풍’이 화 키워
강수량 줄고 봄 더위 겹쳐
“전국서 낙엽이 불쏘시개”
올해 들어 산불이 유난히 잦다. 이상기후로 건조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진 데다 봄철 태풍급 강풍인 ‘양간지풍’이 핵심적인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 거리 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사람들의 야외활동이 늘어난 것도 주요 요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들어 11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441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11년 사이 가장 많은 규모다. 산불이 잦은 원인으로는 유독 건조한 봄 날씨가 꼽힌다. 지난달 전국 평균 강수량은 28.7㎜로 평년 강수량(56.5㎜)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비가 내린 날(강수일)은 3.6일로 평년보다 4.3일 적었다. 역대 3월 강수일 중 가장 적은 것이다.
봄 더위까지 겹쳤다. 올 3월 전국 평균기온은 9.4도로 기상 관측망을 전국으로 확대한 1973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권춘근 산림과학원 연구사는 “워낙 비가 적게 내리면서 산림을 포함한 대지가 바짝 마른 상태에서 고온이 이어졌다”며 “전국 각지 산에 있는 낙엽과 잡목 등이 작은 불씨에도 바로 불이 붙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생한 강릉 산불은 물론 지난해 울진·삼척 산불 등은 태백산맥을 넘어오면서 고온 건조해지는 바람의 영향을 받으면서 피해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다. 양간지풍(양양군과 고성군 간성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부는 바람) 또는 양강지풍(양양군과 강릉시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영동지역에서 거의 매년 발생하는 대형 산불이 올해도 일어난 것이다.
이날 발생한 강릉 산불은 양간지풍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깃줄을 덮쳐 발화하며 산불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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