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토어 안돼”… 게임사에 독점출시 ‘갑질’ 구글 과징금 철퇴
원스토어와 거래 않는 조건에
피처링·해외진출 지원 미끼로
구글플레이 앱 출시 독점권 줘
리니지2 등 대작 독점적 출시
2년새 점유율 90~95%로 높여
원스토어는 10%P 정도 낮아져
공정위 “소비자 후생 저해” 판단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앱 마켓 구글플레이를 운영하는 구글이 경쟁당국으로부터 400억원대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광고해 주는 ‘피처링’ 등을 미끼로 모바일 게임사들이 자사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에만 게임을 독점 출시하도록 유도해 경쟁을 저해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경쟁제한 행위로 토종 앱 마켓인 원스토어에 게임이 출시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앱 마켓·모바일 게임 시장의 혁신과 소비자 후생이 저해됐다고 판단했다.
피처링은 구글플레이 앱 첫 화면 최상단 배너 또는 금주의 신규 추천 게임 코너를 통해 소비자에게 게임을 노출해주는 일종의 광고다. 피처링은 구글이 게임사로부터 마케팅 비용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정하는데 매출 증대 효과가 크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중요하게 여긴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배타 조건부 거래는 이익을 주지 않거나 페널티를 주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이 건은 이익을 주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독점 출시하지 않으면 굉장히 중요한 피처링 등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는 불이익을 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 내부 이메일을 보면 구글도 피처링을 ‘게임사들을 관리할 수 있는 힘’(power to manage partners)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 직원의 업무 메모에선 “(원스토어를) 마이너 루저 리그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문구도 발견됐다.
구글은 조건부 지원전략을 면밀히 수립하고 실행했다. 매출비중, 원스토어 동시출시 가능성 등에 따라 게임사의 등급을 ‘Top 4’, ‘MM-Tier 2’ 등 총 5개 등급으로 나누고 등급별 독점 출시 확보를 위한 대응 전략을 세웠다. 특히 구글 매출 비중 상위 4개사가 포함된 ‘Top 4’ 등급에 대해선 ‘원스토어 출시 위험 전면 방어’, ‘독점 출시 조건으로 해외진출, 공동마케팅, 피처링 등 전방위적 지원’ 등 게임 출시 독점권을 획득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구글은 이러한 전략을 통해 리니지2, 리니지M, 메이플스토리M, 뮤오리진2 등 대형 게임이 모두 구글플레이에 독점 출시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국내 앱 마켓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2016년 80∼85%에서 2018년 90∼95%로 높아졌지만, 원스토어의 점유율은 15∼20%에서 5∼10%로 낮아졌다. 게임 관련 유료 구매자 수도 구글플레이는 약 30% 늘고 원스토어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구글플레이와 원스토어의 국내 매출은 각각 90% 이상이 게임에서 발생한다. 이번 사건 관련 구글의 매출액은 약 1조8000억원이다.
구글은 또한 경쟁법 위반 소지를 인식해 최대한 은밀한 방식으로 전략을 수행했다. 게임사들에 독점 출시 조건을 은밀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회사 내에서도 관련 메일 등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앱 마켓 시장의 독점화는 연관된 모바일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일부 모바일 운영체제와는 달리, 안드로이드는 개발자들이 앱을 어떻게 배포할지에 대해 완전한 결정권을 제공한다”며 “공정위가 내린 결론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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