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숨은 패션... 양복 소매 단추, 장식용이 아니었네
서류 가방이나 넥타이핀 같은 액세서리가 전에도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최근 계속되는 보도를 보면 한동훈 법무장관의 면모가 엿보이는 지점으로 소매에 주목하게 된다.
우선 재킷이 소매 단추를 실제로 여닫을 수 있는 워킹 커프스(working cuffs) 방식으로 보인다. ‘리얼 버튼’이라고도 한다. 단추를 장식으로 달아놓은 재킷보다 고가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공력을 많이 들여 지은 옷에 자주 쓰이는 방식이다. 단춧구멍의 바느질 솜씨는 옷 전체의 만듦새를 가늠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단춧구멍 위치가 고정돼 있어서 손목 쪽 기장에 손을 대면 비례가 어색해진다. 팔 길이를 조정하려면 어깨를 뜯어야 해 수선이 까다롭다. 기성복에도 있지만 맞춤옷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한 장관이 소매 단추 4개 중에서 2~3개만 채운 모습으로 자주 포착되는 건 단추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단추를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출이자 이탈리아 멋쟁이들이 스프레차투라(사전적으로는 ‘경시’라는 뜻)라고 부르는 의도된 느슨함으로 봐야 한다. 수필가 피천득이 꽃잎 하나만 살짝 꼬부라진 연꽃 모양 연적을 두고 이야기했던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과도 비슷하다. 하나의 단추를 풀려면 작은 차이에 민감해야 한다.
이제는 희귀해진 프렌치커프스 셔츠도 자주 입는다. 단추 없이 구멍만 있는 소맷부리에 커프링크스(cuff links)를 따로 채우는 방식이어서 소매를 걷을 때 불편하다. 이런 옷을 입는 사람은 적어도 편한 길만 찾는 성격은 아닐 것이다.
한 장관의 옷차림은 캐주얼의 시대에 제대로 갖춘 슈트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아마 마지막까지 정장을 고수하는 현장일 정치권에서 고만고만한 양복 차림과도 대조를 이루며 양복이 다 똑같은 양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패션 감각을 갖춘 공직자도 나올 때가 됐다는 점에서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혼란스럽다. 리얼 버튼도 프렌치커프스도 눈에는 거의 띄지 않으면서 개성을 드러내는 장치들이다. 법무장관의 역할도 마찬가지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한발 뒤에서 법치의 버팀목이 되는 것일 텐데, 최근 몇 년 사이 법무장관의 행보는 국민적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한 장관이 출근길에 저지방 바나나 우유를 손에 들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도배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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