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 태풍급 강풍 타고 ‘활활’…산림 379㏊ 태우고 8시간 만에 진화
강원 강릉에서 11일 오전 대형 산불이 발생해 태풍급 수준의 강한 바람을 타고 해안가 방향으로 번져 인근 산림과 주택·문화재 등에 큰 피해를 입혔다. 또 주민 1명이 숨지고 주민·소방대원 등 16명이 다쳤다. 산불은 발생 8시간여 만에 주불이 잡혔다.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2분쯤 강릉시 난곡동 일대 야산에서 산불이 났다. 산림·소방당국은 고성능 산불 진화 차량 3대 등 장비 403대, 진화대원 2787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당국은 바람이 잦아든 오후 들어 헬기 4대를 투입해 오후 4시30분쯤 주불을 진화했다. 때마침 오후에 내린 비도 불을 진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화재 진압에는 전국 16개 시·도의 소방장비와 인력이 투입됐다.
산불 현장에는 평균 풍속 초속 15m, 순간 최대풍속 초속 30m의 남서풍이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초속 30m가량의 강풍은 시속으로는 136㎞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은 속도다. 이로 인해 당국은 산불 초기 초대형 헬기 6대를 출동시켰다가 바람이 거세지자 바로 철수시켰다. 당국은 오후 3시쯤 바람이 다소 약해지자 헬기 4대를 출동시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몸조차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강풍으로 지상 진화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불은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지는 바람 때문에 무섭게 확산했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초속 20m의 바람이 부는 경우 불씨가 2㎞까지 날아가 다른 불을 냈다”며 “순간 최대풍속이 30m에 이르면서 불길이 급격히 번졌다”고 말했다.
이날 불로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강릉시 안현동의 전소된 주택에서 주민 전모씨(88)가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주민 12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1명은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소방대원 2명과 주민 1명 등 3명은 화상을 입었다.
당국은 이 산불로 현재까지 축구장 면적의 530배에 달하는 379㏊가 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설 피해는 주택 40채, 펜션 28채, 호텔 3곳 등 100여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강릉 | 최승현·이삭·김송이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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