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지갑 닫자 울상인 업계…“해외여행에도 밀렸다”

강민우 기자(binu@mk.co.kr) 2023. 4. 11. 20: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통기업들 주식시장서 부진
내수 침체로 실적 악화 직격
해외여행까지 늘며 첩첩산중
서울시내 백화점 명품관 [한주형 기자]
내수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유통 기업들이 주식 시장에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 둔화로 고전하는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는 해외여행에 고객들을 뺏기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실적이 면세점 등 자회사의 업황 반등에 따라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 전망했다.

11일 기준 현대백화점 주가는 올 들어 11.19% 하락했다. 같은 백화점 업체인 신세계(-3.86%)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가 13.93% 오른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셈이다.

백화점 기업들의 주가 부진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 물량을 쏟아낸 영향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신세계를 1631억원가량 순매도했다. 현대백화점도 226억원어치를 팔았다.

당장 주가 상승을 견인할 실적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보복 소비와 명품 소비 증가로 누린 호황이 높은 기저효과로 돌아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245억원으로 전년 규모인 3510억원과 비교해 7.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은 상반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1711억원으로 전년 규모인 1601억원 대비 성장률이 6.8%에 그칠 전망이다.

두 기업의 실적이 둔화되는 것은 경기 변동성에 이익이 좌우되는 유통 기업들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어서다.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지분율 54.87%)을 비롯해 100% 자회사인 현대쇼핑,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지난해 상반기 인수한 가구 업체 지누스(36.88%)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사업 부문별 매출액 비중은 작년 기준 백화점이 44.5%고 면세점(43.8%)과 가구(11.7%) 부문 순서였다.

신세계도 패션·화장품 부문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널(지분율 38.9%)를 비롯해 가구 부문인 신세계까사(96.6%)와 자회사인 신세계디에프(면세점) 등을 연결 자회사로 두고 있다. 작년 기준 면세점과 백화점이 각각 44%, 31.9%로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패션·화장품 부문이 19.9%로 뒤를 이었다. 두 기업 모두 소비자들의 지출 규모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구조다.

여기에 해외여행 급증까지 가세하면서 유통 업황이 올해 상반기 유독 부진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견조했던 백화점 업황도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전반적인 소비심리 악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며 “높은 기저효과로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업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업황 부진을 이유로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꾸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신세계의 목표주가를 33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내렸다. 더딘 경기 회복을 반영해 백화점을 비롯한 가구와 패선 등 주요 자회사 실적을 하향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에 대해서도 전날 흥국증권이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8만3000원으로 내려잡았다.

다만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주가도 반등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백화점보단 면세점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작년 하반기 적자로 돌아선 신세계디에프의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재차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도 면세점 부문 적자가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점차 축소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의 경우 백화점의 부진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만큼 향후 면세 산업의 업황 개선과 함께 주가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렬 연구원도 “중국 입국자 수에 실적이 연동되는 한계는 있지만 수익성 위주로 변한 면세 업계의 경쟁 구도를 감안하면 현대백화점의 면세 부문 적자 폭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여전히 낮은 주주환원률은 숙제라는 지적이다. 신세계의 지난해 주당배당금(DPS)는 3750원으로 시가배당율은 1.76%에 불과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40.8%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시가배당율이 2.2%에 그쳤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인수한 지누스에 대해 주주들 사이에선 고평가 논란이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대백화점과 신세계가 실적에 비해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것은 낮은 주주환원도 원인 중 하나”라며 “주가 재평가를 위해선 주주환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