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어느 초선의 ‘귀거래사’
“왜 영환이가?”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초선의 오영환 의원(35)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얘기가 전해진 뒤였다. “정작 집으로 가야 할 사람은 안 돌아가고, 왜 영환이가 다시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나”라는 말도 덧붙여졌다고 한다. 다선도 아니고, 초선 정치인이 ‘정치와 헤어질 결심’을 밝히니 충격적인 소식이 된 것이다.
오 의원은 여야를 통틀어 최연소 지역구 정치인이다. 현직 소방관으로 일하다 2020년 1월 민주당 인재영입 5호로 정치에 입문했다. 경기 의정부갑에서 당선된 후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재난예방 관련 입법에 주력했다고 한다. 그랬던 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 바쁜 정치 현실에서 정치인의 한 명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시험 봐서 다시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대 국회 초선이던 표창원·이철희 전 의원도 불출마를 택하며 정쟁 앞에서 느낀 자괴감을 토로했었다. 4년이 지나도 그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진영 정치는 더 격화돼 초선들은 장기판의 졸처럼 상대당과 맞서는 최전선에 서야 했다. 예전엔 당 지도부 요청만 있었지만, 지금은 강성 팬덤이 더 큰 압박을 준다. 당내 계파 갈등에서는 한쪽 편에 줄서야 차기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새 정치 꿈을 품고 입문한 초선들이 현장에서 곱씹었을 참담함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여의도 진영 정치의 불구덩이에서 오 의원은 한때 소방수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2021년 4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뒤 오 의원과 4명의 초선의원은 조국 사태·당헌당규 개정 등을 겨눈 반성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강성 당원들은 이들을 ‘초선5적’으로 공격했고, 초선들의 목소리는 이내 움츠러들었다.
오 의원은 “말만 앞세운 개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국민 여러분이 묻고 있다”고 했다. 아쉬움 가득히 소방관으로 돌아가는 오 의원의 외침에 정치권은 응답해야 한다. 현실 정치의 부끄러움이 어찌 30대 초선 한 사람의 몫이고, 그의 짧은 귀거래사(歸去來辭)로만 풀어질 수 있겠는가.
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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