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어느 초선의 ‘귀거래사’

윤호우 기자 2023. 4. 1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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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영환이가?”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초선의 오영환 의원(35)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얘기가 전해진 뒤였다. “정작 집으로 가야 할 사람은 안 돌아가고, 왜 영환이가 다시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나”라는 말도 덧붙여졌다고 한다. 다선도 아니고, 초선 정치인이 ‘정치와 헤어질 결심’을 밝히니 충격적인 소식이 된 것이다.

오 의원은 여야를 통틀어 최연소 지역구 정치인이다. 현직 소방관으로 일하다 2020년 1월 민주당 인재영입 5호로 정치에 입문했다. 경기 의정부갑에서 당선된 후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재난예방 관련 입법에 주력했다고 한다. 그랬던 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 바쁜 정치 현실에서 정치인의 한 명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시험 봐서 다시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대 국회 초선이던 표창원·이철희 전 의원도 불출마를 택하며 정쟁 앞에서 느낀 자괴감을 토로했었다. 4년이 지나도 그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진영 정치는 더 격화돼 초선들은 장기판의 졸처럼 상대당과 맞서는 최전선에 서야 했다. 예전엔 당 지도부 요청만 있었지만, 지금은 강성 팬덤이 더 큰 압박을 준다. 당내 계파 갈등에서는 한쪽 편에 줄서야 차기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새 정치 꿈을 품고 입문한 초선들이 현장에서 곱씹었을 참담함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여의도 진영 정치의 불구덩이에서 오 의원은 한때 소방수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2021년 4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뒤 오 의원과 4명의 초선의원은 조국 사태·당헌당규 개정 등을 겨눈 반성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강성 당원들은 이들을 ‘초선5적’으로 공격했고, 초선들의 목소리는 이내 움츠러들었다.

오 의원은 “말만 앞세운 개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국민 여러분이 묻고 있다”고 했다. 아쉬움 가득히 소방관으로 돌아가는 오 의원의 외침에 정치권은 응답해야 한다. 현실 정치의 부끄러움이 어찌 30대 초선 한 사람의 몫이고, 그의 짧은 귀거래사(歸去來辭)로만 풀어질 수 있겠는가.

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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