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도청 버릇 버리지 못하는 미국

최현진 기자 2023. 4. 11.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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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보기관이 우리나라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비서관의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우리나라 대통령실은 미국이 도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한국 안보실장 등을 도청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역내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이며 우리는 한국과 여러 가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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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보기관이 우리나라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비서관의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우리나라 대통령실은 미국이 도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측에 확인한 결과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성한 전 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간 대화도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11일 오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사회시민연대 등이 우리 정부를 도청한 미국을 규탄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측은 좀 애매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미국이 한국 안보실장 등을 도청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역내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이며 우리는 한국과 여러 가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관계자는 오히려 이런 문서가 유출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문서는 조작됐고 조작되지 않은 것도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대통령실의 해명과는 온도 차가 납니다.

미국은 그동안 동맹국의 정상과 고위 관계자들의 통신을 도청해왔습니다. 2013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장기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이 메르켈 총리를 포함해 35개국 정상을 도청했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2015년에도 니콜라 사르코지 등 전·현직 프랑스 대통령 3인을 도청한 사실이 공개돼 외교 문제로 비화했습니다. 2016년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적 대화를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21년에는 유럽 정치인들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1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이 도청한다는 건 세계가 알고 있는 일이다. 미국은 제국이다. 그동안 쭉 해왔다. 안 들켰을 뿐이다. 도청 기술이 발달해서 우리나라 기술 수준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닉슨 대통령이 야당 당사에 도청기를 설치하려 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국내는 안 되고 국외는 괜찮다는 말인가요. 정치인의 도덕성을 강조하는 미국이 왜 외국에서 한 행위에는 잣대가 다를까요. 국익이기 때문입니까.

미국의 과거 행태나 최근 보도된 기사를 종합하면 미국이 한국의 안보실장을 도청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대통령실이 이를 부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 아닐까요. 미국이 어차피 세계 각국의 중요 인사를 도청하는데 우리만 나서 강하게 항의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우리의 주권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남의 나라가 버젓이 우리 안방에서, 그것도 국가안보실장을 도청했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쇼’라도 강력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주권이 있는 국가로서 항의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구한말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 속에 아무 말도 못하고 나라를 빼앗긴 그 때가 떠오릅니다.

미국은 앞으로도 도청할 것입니다. 도청당하지 않게 도청 방지 기술이라도 키워 이에 대응해야 합니다. 비밀문서 폭로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잘못 했으니까요. 대통령실도 이것은 염두에 두고 있을 겁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얻을 성과를 기대해봅니다. 만약 없다면 그야말로 무능한 정부로 기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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