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밀문서 유출 동기, "꼭 정치적라고 볼수없어"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되는 소행으로 판단하고 전면적인 행위자 색출을 7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국방부 기밀문서 유출이지만 유출자의 동기가 꼭 정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10일 뉴욕 타임스가 말했다.
이는 최근 10여 년 간 터진 미국 기밀문서 폭로 건과 비교할 때 분명한 특징이라고 타임스는 관련 수사 및 정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적했다. 그간의 미 문서 유출 사건은 2010년 위키리크스의 외교 전문 수십 만 페이지 '불법' 공개 등에서 보듯 미 국익보다 더 큰 인류 및 국제 정의를 위해 미국의 '은밀한 나쁜 짓'을 폭로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행해졌다.
즉 뚜렷한 미국 이익 손상과 미국 때리기라는 반미의 정치적 동기가 확실했다. 2010년 위키리크스 폭로는 국방부 정보분석실의 브래들리(첼시) 매닝 일병이 아프간전, 이라크전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절대적 자국이익 챙기기에 분노한 것이며 2013년 미 국가안보국(NSA) 비정규직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이 우방 정부의 움직임을 감청하는 프로그램 운영에 분노했다.
2017년에는 NSA 요원이 직전 대선의 러시아 유착 혐의를 지적하기 위해 관련 정보 문서를 언론에 유출시켰고 2018년에는 FBI 요원이 이 기관의 월권괴 권한남용 의혹이 담긴 문서를 외부에 넘겼다. 모두 더 좋은 미국을 위한다는 이상주의적 의식에서 촉발된 것이지만 당장의 피해는 미국임이 분명해지는 폭로들이었다.
이에 반해 6일 오전(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첫 브리핑을 받았고 얼마 후 뉴욕 타임스가 첫 보도한 미 국방부 기밀문서 온라인 유출유포로 피해를 본 나라는 미국 한 나라에 수렴되지 않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미국 등 3국으로 발산된다. 러시아가 미국보다 더 큰 피해를 본다는 분석도 있어 러시아가 미국 때리기로 해킹했거나 유포시켰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 기밀문서에서 러시아는 군정보 보안이 삼류국가 수준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만큼 미국의 정보망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러시아군의 대 우크라 공격 계획이 실시간으로 미국에 탐지돼 우크라에 즉각 전달되었다. 우크라는 의외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군의 구조적 약점과 결핍이 세세히 적시되어 있다.
미국은 이 문건을 통해 정보취득의 완벽한 '킹'으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칭찬을 절로 듣게 된다고 미 언론들은 말하고 있다. 미국 때리기가 아니라 미국 추켜주기의 정보전쟁 작품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인데 정보 빼내기 칭찬은 곧 대손실의 역습을 받게 된다.
미국의 대손실은 미국이 한국 등 우방의 정부핵심 공간을 전자정찰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미국의 이런 정보 행태는 수십 간에 걸친 것으로 타임스가 말하듯 미국 우방 관리들이 사적으로는 누구나 기정사실로 인정해왔던 것이며 이 사실이 공적으로 지적되었을 때 어떻게 공적으로 수습하느냐는 외교적 절차가 문제일 뿐이다,
미국의 최대 손실은 미국의 막강한 정보망이 기밀문서 유출로 심각한 타격 내지 붕괴될 수 있다는 위험이다. 러시아는 자국관련 미 정보 문건을 통해 이 정보가 어떻게 취득되고 탐지되었는가를 역추적해 이를 봉쇄하고 분쇄하는 데 광분할 것이다. 미국이 우크라 전쟁과 관련해 구축했던 각종 정보망이 이렇게 무너지면 이를 다시 세우고 복구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리고 영구히 복구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이래서 이번 기밀문서 유출의 최대 피해국은 보안 이류국 러시아보다는 정보 킹 미국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출은 미국 이익 손실의 반미적 행태지만 이를 유출의 정치적 동기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그래서 미 당국은 정치적 동기로 접근하지 않고 다른 동기로 유출자 색출에 나서고 있을 수 있다. 이번 유출 기밀문건 급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허가자는 미국에서 수천 명은 아니더라도 수백 명은 된다고 한다. 상당히 많은 수로 일급 비밀도 있지만 100여 건 중 상당수가 다소 평범한 내용일 수도 있어 보인다.
기밀문서 유출이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면 무엇일 수 있을까. 마치 미국의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나 유럽 도시의 무차별 차량질주의 '동기'를 증오심이나 테러로 특정하지 못해 사법 당국이 헤매고 허둥거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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