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딴지 걸던 멕시코, 펜타닐 터지자 ‘對中 공동전선’ 펼치나

조성호 기자 2023. 4. 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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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문제를 두고 서로 상대 탓을 해오던 미국과 멕시코가 일명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펜타닐을 막기 위해선 중국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정례 기자회견에서 “펜타닐 대책 협의를 위해 정부 관계자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미국과 공동 협력을 위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는 당초 미국과 마약 관련 정책에서는 엇박자를 내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2018년 대통령 취임 후 강력한 단속 중심의 기존 마약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 ‘총알 대신 포옹’으로 대변되는 장기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이 같은 정책으로 인해 멕시코 카르텔이 미국에 마약을 더 많이 공급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최근에도 미 공화당 일부 의원은 “마약 카르텔 소탕을 위해 멕시코 내에 미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제 눈에 들보나 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미국 내 마약 문제를 향해 “가정이 붕괴된 탓”이라며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또 미 마약단속국(DEA)과 함께 카르텔 소탕 작전을 벌였던 멕시코 전 공안장관이 카르텔과 뒷돈을 거래한 혐의로 미국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을 때엔 “당시 미국 정부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이처럼 사사건건 마약 관련 정책에서 미국에 딴죽을 걸어온 멕시코가 펜타닐 문제에선 미국과 협력하기로 한 것은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는 대상이 같기 때문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모두 펜타닐의 원료 공급지로 중국을 꼽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펜타닐이 중국에서 공급되는 화학물질을 기반으로 멕시코 카르텔에서 제작된다고 보고 있다. 멕시코는 펜타닐 원료 불법 반출을 사실상 방관하는 중국에 책임을 돌리며 선적량 공개 요청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관련 서한을 보냈다. 그는 펜타닐 관련 불법 거래는 없다는 중국 측 주장에 “중국이 펜타닐 원료를 생산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생산되는 건가?”라며 “멕시코에서는 생산되지 않는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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