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은 간첩당'.. 색깔론 현수막, 누가?
◀앵커▶
전주을 재선거 전후로 전주 시내에 진보당을 겨냥해 '간첩당', '공산당'이라며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나붙어 논란입니다.
'자유민주당'이라는 극우 정당이 붙인 건데요.
원색적인 색깔론이 담긴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다시피 하면서 시민들의 시선은 대체로 곱지 않습니다.
허현호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주 한옥마을 인근 거리,
500m 남짓한 도로변을 따라 가로수에 하얀 현수막들이 줄지어 붙어 있습니다.
'자유민주당'이 붙여 놓은 현수막인데, '진보당은 통진당', '간첩당, '나는 공산당이 싫어'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전주 시내에 나붙은 현수막만 무려 100여 개,
거리의 시민들에게 물어봤더니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은 대체로 현수막 내용에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습니다.
[조석현]
"안 좋은 내용들만 쓰여있잖아요. 흑색선전 같은 것들 쓰여있는 게... 좋은 내용을 선전하는 게 아니라 남의 당을 안 좋게 까 내리는 것을 쓰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정회선]
"나쁜 의도가 있는 것 같아요. 진보당에 대해 낙인을 찍어가지고 (국회에) 진출하는 걸 막으려고...."
현수막이 걸린 건 전주을 재선거의 투표일 직전,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에 있던 진보당 강성희 의원을 겨냥해 붙인 겁니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 선출한 대표자인데, 원색적인 비난을 담은 현수막은 투표를 한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김영순]
"저런 걸 보면 정말 싫어요. 어떻게 됐든 전주 시민이 뽑은 분이니까 저렇게 매도하지 말고...."
현수막을 내건 자유민주당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종북 좌파 척결'을 내세우며 지난 2021년 창당된 극우 정당입니다.
이 당의 당원이면서 전주 시민이라고 밝힌 게시자는 시민들에게 진보당의 실체를 알리고자 현수막을 게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수막 게시자]
"대한민국이 저는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전주 시민들은 진보당이 어떤 당인지 아는 것인지, 그런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한편으로는 걱정이고, 한편으로는 한심스럽고 그런 마음에서 아시라고...."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국가의 사과와 배상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 4.3 사건을 두고 '공산 폭동'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논란을 일으켰던 자유민주당,
이 당의 대표인 고영주 전 방문진 이사장은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극단적인 주장이 '정당 현수막'이라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반복되면서 공론장에 악영향을 줄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홍석빈 /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가운데서 할 수 있는 얘기지, 너무 극단적인 정치적 의사 표현, 이런 것들은 민주시민들이 보여야 될 모습은 아니라고 판단을 하는 것이죠."
진보당은 과거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색깔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상의 자유'를 적대하는 '표현의 자유'는 무조건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것인지, 논란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MBC 뉴스, 허현호입니다.
영상취재: 함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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